메모리 ‘N년 계약’ 급증…삼전닉스 ‘피크아웃’ 없다

삼전·SK하닉 이어 마이크론 장기계약 확대엔비디아 등 빅테크도 안정적 공급망 확보“AI칩, 범용 D램 시절과 사이클 주기 달라”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연합뉴스마이크론이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고객사와 장기 다년계약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메모리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초호황 뒤 피크아웃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도 폭증하면서 ‘선(先) 수주 후(後) 공급’ 구조로 전환, 과거 반복됐던 ‘피크아웃’ 보릿고개가 아닌 ‘AI 사이클’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뒤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이와 관련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에서 “16건의 전략적 고객협약(SCA)을 체결했으며, 이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현재 협의 중인 계약까지 완료될 경우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 계약 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마이크론에 따르면 현재 SCA에 따른 수주잔량(RPO)은 약 100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한다. 16건의 계약 가운데 7건이 ‘주요 계약’으로 분류됐으며, 대형 4건·중형 3건으로 구성됐다. SCA는 기존 연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과 달리 5년(자동차 부문은 3년) 기간에 걸쳐 물량과 가격을 사전 확정하는 방식이다.회사는 고객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부분 “고정된 다년 계약을 통해 물량과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라고 설명했다.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기공급 계약을 미래 전략 방향으로 삼았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브로드컴,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도 메모리 부족 심화 속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장기 계약을 요구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양사는 주요 글로벌 빅테크와 3∼5년 장기 공급계약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주도로 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장기공급계약 전략을 주요 논의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져다. 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생산능력과 투자 계획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SK는 그룹 차원에서 엔비디아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엔비디아 베라 루빈 AI 슈퍼컴퓨터,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RTX 스파크 PC, 젯슨 토르 로보틱 컴퓨팅 플랫폼용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이러한 장기계약 전략은 메모리 초호황 뒤 이어진 ‘피크아웃’ 우려를 크게 해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AI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고객사 스펙에 맞추는 것이 중요해 장기계약이 기초가 돼야한다. 범용 D램 시절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한 예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IT기가 보급이 확산되면서 슈퍼사이클이 도래했지만, 2021년 3월 백신 공급과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2022년~2023년 반도체 불황이 일었다.앞서 2016~2018년에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데이터센터 증설 붐에 D램 수요가 폭증했지만,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로 메모리 공급 과잉이 일면서 2019년 급격한 다운사이클을 겪었다.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HBM은 주문형 생산으로 고객 맞춤형에 가까워 장기 계약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메모리 3사는 3년 후 공급 물량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생산 라인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HBM 공급 물량이 부족한 만큼 미 빅테크 모두 장기계약으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AI 때문에 AI 반도체가 필요한 것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아닌 ‘AI 사이클’, ‘AI반도체 사이클’로 용어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