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 열어줘”도 아니다… 의도 읽는 車 AI 경쟁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해 차량 기능을 실행하는 ‘AI 에이전트’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대화 기능을 넘어 차량 제어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 주도권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 양상이다.25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최근 ‘AI 오케스트레이터’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기존 차량 음성 비서가 운전자의 명령을 받아 특정 기능을 실행하는 방식이라면, AI 오케스트레이터는 대화 맥락과 사용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기능을 연결하는 형태를 지향한다. 운전자가 “친구가 큰 짐을 가지고 차로 오고 있어”라고 말하면 AI가 상황을 파악해 트렁크 개폐나 시트 조정 등 필요한 기능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또 운전자별로 선호하는 차내 온도·운전 모드 등을 기억하거나 스마트폰 일정과 연계해 목적지를 추천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는 게 르노코리아의 설명이다.업계에서는 생성형 AI 경쟁의 초점이 ‘2라운드’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경쟁이 음성 인식과 검색·정보 제공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실제 차량 기능과 연결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것이다.AI 에이전트 경쟁이 주목받는 이유는 SDV 전환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SDV 시대에는 차량 기능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해서 추가·개선되는데 AI가 운전자와 차량 기능, 외부 서비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현대자동차그룹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통해 AI 에이전트 경쟁에 가세했다. 이 플랫폼에 적용되는 ‘글레오 AI’는 사용자의 대화 의도와 맥락, 주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해 차량 기능 제어를 지원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향후 다양한 앱 기능과 연계해 차량 기능과 서비스를 확장하는 기반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구상이다.글로벌 업체들도 차량 내 AI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은 음성 비서 ‘IDA’에 챗GPT 기능을 결합해 대화 기능을 강화했고, 벤츠는 ‘MBUX’에 생성형 AI를 결합해 차량 내 음성 경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다만 과제도 명확하다. 생성형 AI의 오류 가능성을 고려하면 차량 제어 권한을 어디까지 부여할지가 핵심 문제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주행과 직결된 기능보다 공조, 차량 설정 등 안전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의 기능부터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 AI 모델을 쓰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최신 서비스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지만, 차량 시스템에 맞춘 최적화와 데이터 관리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주행 데이터와 차량 제어 기술을 활용해 빅테크 AI와 차별화된 차량 경험을 만드는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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