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가고 숙제만 남았다… 정유·석화, ‘역래깅·구조조정’ 한숨

“전쟁 초기부터 전쟁 이후 걱정”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가격 알림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미국·이란의 종전 합의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은 분위기다. 중동 전쟁을 계기로 정유·석화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은 부각됐으나 종전 이후 저마다의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2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역래깅’ 효과와 정부의 손실보전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는 이전에 저렴하게 확보한 원유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며 이익을 얻지만, 유가가 하락하면 반대로 비싸게 들여온 원유를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상반기에는 실적 개선 효과를 누렸지만, 종전 이후 유가 안정과 함께 하반기 수익성이 둔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변동이 정유산업 특성상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사이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만 이번 중동 사태에서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국제유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경유의 경우 전쟁 이전보다 3배 넘게 치솟기도 했으나 최고가격제 1차 1713원에서 2차 1923원으로 오른 뒤 지속 동결된 상태다.정부가 약속한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역시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산업통상부는 ‘적정 수준의 마진’을 고려해 손실 보전 금액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이 기준이 모호해 정부와 업계 간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유 업체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해서 휘발유 등으로 판매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하지만, 소비자들은 국제 유가 가격을 기준으로 “기름값을 왜 내리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점도 업계 부담 요인이다.석유화학업계는 더욱 근본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중동 전쟁 기간에는 원유·나프타 공급 차질로 제품 가격이 오르며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시작된 석유화학 업체들의 생존 위기 자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종전과 맞물려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과 설비 통폐합을 추진하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다시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특히 대산·여수 산단과 달리 울산 산단에서는 구조조정 논의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에쓰오일의 울산 샤힌 프로젝트가 중대 변수다. 에쓰오일은 연내에 샤힌 프로젝트 시운전을 진행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9조원 이상이 투입된 샤힌 프로젝트와 NCC 감축이라는 정부 목표의 균형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남긴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와 업계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운송거리가 가까울수록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정유·석유화학산업 특성상 중동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통행료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한 석화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미 전쟁 초기부터 전쟁이 끝난 이후를 걱정했다”며 “단기적으로 실적이 개선되긴 했으나 종전이 합의됐으니 기존의 위기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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