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사러 갔다가 봉투 한가득”…외국인 관광객, 이제 면세점 대신 .....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쇼핑 동선에 편의점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면세점과 백화점에서 화장품이나 명품을 사는 데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제품을 직접 고르고 체험하려는 관광객이 늘면서다. 물이나 음료를 사러 들어갔다가 라면과 과자, 우유, 캐릭터 상품까지 봉투 가득 담아 나오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475만94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지난 3월 방한객도 약 206만명으로 월간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국가별로는 중국 관광객이 약 145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이 94만명, 대만이 54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대만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37.7% 늘어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늘어난 관광객의 발길은 명동과 홍대, 성수, 인사동 등 관광 상권의 편의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면과 삼각김밥, 바나나우유를 사 먹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봉지라면을 매장에서 직접 끓이고 음료와 커피를 섞어 새로운 조합을 만든 뒤 사진과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편의점이 여행 중 필요한 물건을 사는 곳에서 한국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매출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편의점 업체들이 각각 집계한 지난해 외국인 매출이나 결제액은 CU가 전년보다 101.2%, GS25가 74.2%, 세븐일레븐이 60% 증가했다. 회사마다 외국인 매출을 집계하는 결제 수단과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관광 상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흐름은 공통적이다. 결제 방식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GS25의 지난해 외국인 결제 데이터를 보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외국인 결제 금액의 97.7%를 차지했다. 자국에서 사용하던 모바일 결제 수단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편의점 쇼핑의 문턱도 낮아졌다. 업계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매장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CU 홍대상상점은 한쪽 벽면을 다양한 라면으로 채운 ‘라면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이 진열대에서 라면을 고른 뒤 매장 안 즉석조리기를 이용해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상품을 고르고 조리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된 셈이다. 온라인에서 본 제품을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다. 중국 SNS 샤오훙수에는 ‘한국 편의점 필수 구매품’과 ‘편의점 추천 목록’ 등의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빙그레 딸기우유와 오뚜기 참깨라면, HBAF 와사비맛 아몬드처럼 국내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 추천 품목으로 등장한다. 인기 상품을 그대로 사 먹기보다 자신만의 조합을 만드는 문화도 퍼지고 있다. 바나나우유와 파우치형 헤이즐넛 커피를 얼음컵에 섞는 이른바 ‘뚱바라떼’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미국 모델 헤일리 비버가 편의점에서 이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SNS에 올리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다. 외국인의 K푸드 소비 변화는 대형마트 장바구니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마트가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2025년 1~5월과 2026년 1~5월 외국인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오리온 ‘비쵸비 대한민국 125g’은 10개월 가운데 9개월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초콜릿을 비스킷 사이에 넣은 제품으로 낱개 포장이 돼 있어 주변에 나눠주기 편하다. 포장에 ‘대한민국’이라는 문구와 한국적 이미지를 넣어 여행 기념품으로 눈에 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서는 외국인 장바구니에 담기는 상품의 성격도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비쵸비와 농심 빵부장, 밀크 클래식 쌀과자, 롯데 제로 후르츠젤리,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허니버터아몬드 등 과자와 디저트가 상위권에 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라면과 김, 짭짤한 스낵의 존재감이 커졌다. ‘팔도&양반 미역국라면’은 지난해 5월 8위로 판매 상위권에 처음 등장한 뒤 올해 1월 1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3월 2위, 4월 3위, 5월 5위를 기록했다. 동원 양반 김부각은 올해 4월 6위, 5월 10위에 올랐다. 오리온 ‘찍먹예감 갈릭청양마요소스맛’과 해태 ‘자가비 특기름김맛’도 판매 상위권에 진입했다. 한국에서 직접 먹어본 미역국과 김, 마늘, 청양고추 맛을 귀국 후에도 다시 즐기려는 수요가 상품 선택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유명 브랜드나 면세 상품 중심에서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고 즐기는 제품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K푸드를 직접 고르고 체험하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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