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만 보려다 결국 결제”…1분 드라마의 도파민 설계 [비크닉]
![“광고만 보려다 결국 결제”…1분 드라마의 도파민 설계 [비크닉]](https://imgnews.pstatic.net/image/025/2026/06/26/0003533341_001_20260626060119950.jpg?type=w800)
" “광고인줄 알고 넘기려 했는데 어느새 끝까지 보고 있었다.” "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을 넘기던 직장인 김소정(28)씨의 손이 멈췄다. 후줄근한 남편이 사실은 재벌 회장이라는 설정의 숏드라마(마이크로 드라마)였다. 각 회당 1분 드라마는 무료로 5회까지 이어졌다.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나타난 남편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는 순간 무료 영상이 끝났다. 뒷내용이 궁금해 결국 앱을 설치했다. 몇 화는 광고를 보며 버텼다. 그러다 결국 1만9000원짜리 주간 멤버십을 결제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TV 앞에 앉아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지하철 두 정거장 사이에,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1분짜리 드라마를 본다. 사진 AI 생성 이미지 드라마를 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TV 앞에 앉아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 사이에,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1분짜리 드라마를 본다. 회당 1~3분 분량의 숏드라마가 콘텐트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에 따르면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규모는 2023년 50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20억달러(약 18조원)로 두 배 넘게 성장했다. 2030년에는 26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숏드라마는 회당 1~3분 안팎의 짧은 분량으로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맞춰 제작된다. 첫 회부터 강한 갈등과 반전을 배치하고, 매 회 말미에는 다음 편을 보게 만드는 장치를 넣는다.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 릴스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에게 1분짜리 드라마는 더 이상 낯선 형식이 아니다. 5분짜리 광고 영상이 끝나면 ‘다음 회 보기’ 버튼이 뜬다. 이를 누르면 앱 설치 화면으로 이동한다. 숏드라마 플랫폼의 대표적인 이용자 유입 방식이다. 사진 드라마박스, 비글루 광고 영상 캡처 이 같은 성장세에 유명 감독과 배우, 제작사들도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ENA는 숏드라마 제작 서바이벌 프로그램 ‘디렉터스 아레나’를 선보였고 쇼박스와 티빙, KT스튜디오지니, 레진엔터테인먼트, 에피소드컴퍼니 등 주요 콘텐트 기업들도 관련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이병헌·이준익 감독 등 유명 영화 감독이 숏드라마 연출에 나섰고, 박하선·이상엽·김정은·이준 등 인지도 있는 배우들까지 출연에 나서고 있다. 드라마박스와 릴숏 등 중국계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비글루·레진스낵·숏챠 등 국내 플랫폼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명 감독과 배우, 제작사들이 잇달아 시장에 뛰어들면서 숏드라마를 새로운 콘텐트 포맷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애 아빠는 남사친’, 에피소드컴퍼니가 공동 제작한 ‘내 남편과 닮은 남자’. 사진 레진스낵, 에피소드컴퍼니 숏드라마는 SNS에 뜨는 5분짜리 광고 영상으로 시청자를 낚는다. 광고는 예고편이 아니라 드라마의 첫 수 회를 압축한 ‘미끼 콘텐트’다. 가장 극적인 장면에서 화면이 끊기고, 결말이 궁금한 이용자가 기꺼이 앱을 설치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숏드라마는 TV 드라마보다 모바일 게임에 더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직전 보상을 제시하듯, 숏드라마 역시 이용자가 이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다음 행동을 유도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숏드라마 광고를 시청한 뒤 유사한 숏드라마 광고가 대거 노출된 모습. 한 번의 클릭이 연속적인 추천으로 이어지며 이용자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런 구조는 이용자의 도파민을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재벌가 음모 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압축하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화면을 끊어 다음 화를 보게 만든다. 뇌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을 반복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이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강한 자극과 즉각적인 보상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도파민의 문법’인 셈이다. 공희정 문화평론가는 “요즘 사람들은 ‘그래서 결론이 뭐야’를 빨리 알고 싶어 한다. 숏드라마는 이런 소비 습관에 가장 최적화된 콘텐트”라며 “짧은 러닝타임과 강한 반전, 빠른 보상이 결합된 구조가 반복 시청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현재 숏드라마 시장은 자극적인 소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 역시 들쭉날쭉해 국내에서는 ‘B급 콘텐트’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일시적인 유행이나 저품질 콘텐트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을 정제되지 않은 초기 단계로 본다. 시장이 커지면서 소재와 장르를 다양화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숏드라마 ‘내 남편과 닮은 남자’를 공동 제작한 에피소드컴퍼니는 숏드라마를 새로운 IP(지적 재산권)를 빠르게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에피소드컴퍼니 관계자는 “숏드라마는 낮은 제작비와 짧은 제작 기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재의 콘텐트를 빠르게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향후 영화나 드라마로 확장 가능한 IP를 발굴하는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NA는 숏드라마 제작 서바이벌 프로그램 ‘디렉터스 아레나’를 선보이는 등 숏드라마를 새로운 콘텐트 포맷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사진 ENA 실제 중국에서는 이미 숏드라마가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출연 배우들이 스타로 떠오르고, 이를 발판 삼아 영화와 드라마로 진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로맨스와 복수극처럼 보편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 많은 만큼 국가와 문화권을 넘어 소비되기 쉽다는 점도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이처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숏드라마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기업들은 웹드라마를 PPL(간접광고)의 무대로 삼거나 아예 주체로 등장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메시지를 녹이는 브랜디드 콘텐트의 형식으로 활용하며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왔다. 웹드라마는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배포되는 드라마 형식의 콘텐트를 의미한다. 빙그레가 세계관 마케팅으로 이야기 형식의 콘텐트를 직접 제작하고, 화장품·패션 브랜드가 자체 콘텐트를 만드는 사례가 늘어난 만큼 업계에서는 짧은 호흡과 높은 몰입도를 갖춘 숏드라마 역시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콘텐트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들이 단순 광고보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와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숏드라마는 엔터테인먼트와 마케팅의 경계가 가장 빠르게 허물어질 수 있는 대표적 포맷”이라고 말했다.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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