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예금 대신 택한 ‘카드채’…1.4조 담았다

연 4%대 우량 카드채 집중 매입자금운용 일정 맞춰 만기 설정은행채로 확대, 시장 수급 개선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현금을 쌓은 SK하이닉스가 카드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연 4%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량 카드채를 1조 4000억원 이상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SK하이닉스의 자금 운용 일정에 맞춰 만기를 설계한 채권을 잇달아 발행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이 은행채 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26일 금융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신한·KB국민·현대·BC·우리·삼성카드 등이 발행한 신용등급 AA급 이상 카드채를 총 1조 4300억 원어치 매입했다. 이 가운데 9300억 원은 이달 발행된 물량으로 금리는 연 4.1~4.2% 수준을 기록했다.이달에만 우리카드 2500억 원, 신한카드 2200억 원 등 주요 카드사들이 발행한 대규모 물량을 잇달아 소화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올해 발행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카드채 가운데 만기 구조가 이례적인 채권 상당수가 SK하이닉스 투자 수요에 맞춰 발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SK하이닉스의 존재감이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지난 4월부터다. SK하이닉스 자금을 맡은 자산운용사가 발행사(카드사)와 주관 증권사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드사들은 일반적인 2년물이 아닌 ‘2년 4일’, ‘2년 2개월 24일’ 등 SK하이닉스 투자 일정에 맞춘 맞춤형 만기 채권을 잇달아 내놓았다.이 같은 맞춤형 채권 발행이 가능했던 배경에 대해 한 카드업계가 관계자는 “과거 카드사태 이후 유동성 관리를 위해 구축한 발행 시스템 덕분”이라며 “만기를 일 단위로 조정할 수 있어 투자자의 자금 집행 일정에 맞춘 채권 발행이 가능하고 발행 절차도 비교적 빨라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의 수요에 대응하기 쉽다”고 설명했다.SK하이닉스가 금융채 투자 비중을 높인 것은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면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기업 법인예금 금리가 연 2%대 후반에 형성된다. 반면 AA급 카드채는 연 4% 안팎의 금리를 제공한다. 최근 발행된 카드채 금리도 BC카드 4.285%, 신한카드 4.275%, 하나카드 4.274% 수준으로 나타났다.이 같은 맞춤형 발행은 카드채를 넘어 은행채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난 18일 각각 4000억 원, 2600억 원 규모의 은행채를 발행했는데 두 채권 모두 2029년 4월 3일을 만기로 설정했다. 투자자의 자금 운용 일정에 맞춰 특정 날짜를 만기로 설계한 사례다.시장에서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이 당분간 금융채 시장으로 계속 유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에는 기업어음(CP)과 1년 이하 단기 여전채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했지만 최근에는 2028~2029년 만기의 중장기 금융채까지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어서다.한 증권사 채권 담당자는 “예전에는 유동성 관리 차원의 단기 투자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만기를 늘려 수익률까지 고려하는 운용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며 “카드채는 물론 은행채 시장에서도 주요 투자자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채권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자금 유입이 우량 금융채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카드채와 은행채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핵심 수요처 역할을 하면서 발행 여건도 한층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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