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덱스 임시 주총, 최대주주 두 아들 '증여' 통로 전락하나

반도체 부품사인 월덱스의 임시 주주 총회를 앞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부결됐던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의안을 재상정하면서, 안건을 분리하는 이른바 '플랜 B'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특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 제한 규정을 우회해 경영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최대주주(배종식 월덱스 회장)의 두 아들(배기화·배영수 이사)에게 고액 보수를 안겨 주려는 사실상 증여 목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플랜 B'의 함정…지분 35% 몰아주기 가능한 구조 설계월덱스가 이달 29일 개최할 임시주총의 핵심은 올해 정기주총에서 69.2%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됐던 '이사 보수 규정 제정의 건'의 재추진이다. 당시 이사회는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7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증액하려 했지만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이번 주총에서 월덱스는 동일한 내용의 1호 의안이 또 다시 부결될 경우에 대비해 플랜 B 성격의 2호 의안을 준비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외 이사의 보수 한도를 총 50억원으로 묶은 2-1호 의안과 대표이사 보수 한도를 20억원으로 분리한 2-2호 의안을 각각 상정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정' 방식을 택한 것이다.문제는 이런 안건 분리가 최대주주 배종식 회장의 의결권 행사를 돕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이사 보수 안건은 특별 이해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한다. 따라서 배 회장은 자신의 보수를 정하는 2-2호 안건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두 아들 배기화 이사와 배영수 이사가 포함된 2-1호 안건에는 표를 던질 수 있다. 현재 월덱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35.1%에 달하며, 이 중 배 회장 본인 소유분이 34.8%로 지분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배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십분 활용해 두 아들의 보수 한도 50억원 안건을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를 짠 셈이다. 앞서 배종식 대표는 지난해 보수로 15억원 이상을 지급받았다.이에 대해 월덱스 2대주주 VIP자산운용은 "최대주주가 본인뿐만 아니라 아들들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건으로, 증여 성격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전자 투표 배제·평일 지방 주총…일반 주주 참여 '원천 봉쇄'일반 주주의 참여를 제한하려는 듯한 주총 개최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영진이 안건을 기필코 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다.월덱스는 이번 임시 주총을 일반 주주의 참석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평일 월요일 오전 9시에 개최한다. 개최 장소 역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경북 구미 본사로 지정해 물리적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특히 지난 정기주총에서 도입했던 전자투표 제도를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아예 배제했다.회사는 전자투표 대신 주주 의결권 위임 권유를 통해 행사를 지원한다고 밝혔으나, 정관상 근거가 없어 서면 투표도 불가한 실정이다. 사실상 직접 구미로 내려가거나 회사 측에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법밖에 없어 일반 주주의 참여를 원천 봉쇄했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주총을 지방 소재 본사에서 개최하는데 전자 투표제를 배제하는 것은 소수 주주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도마 오른 아들 '경영 전문성'…내년 오너 일가 연임 부메랑 되나이러한 가운데 최대주주의 두 아들이 경영인으로서 전문성을 갖췄는지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장남인 배기화 사장은 과거 월덱스의 자회사이자 발광 다이오드(LED) 조명 업체 이코루미의 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코루미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고 결국 파산 절차를 밟으며 월덱스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소액 주주들은 이번 사태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년 3월이면 총 6인의 이사 가운데 배 회장과 차남 배영수 이사를 포함한 3명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9연임에 성공한 배 회장이지만, 주주들의 목소리를 계속 외면하고 가족 이익 추구에만 몰두할 경우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한편 이 모든 사안에 대해 월덱스 측 입장을 물었으나 회사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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