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스토리]호카 유통권 분쟁은 '휴화산'…아직 남은 큰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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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DR, '총판 교체 중단' 명령…조이웍스 사업권 유지'하청 갑질' 프레임 벗어…다만 폭행 사실은 부정 못해계약 기간·본안 중재 변수…협상 테이블이 승부처호카 매장. / 사진=정혜인 기자 hij@올해 초 러닝족 사이에서 가장 핫한 신발 브랜드 '호카(HOKA)'가 새로운 국내 총판을 찾는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총판인 조이웍스의 전임 대표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미국 본사 데커스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입니다. 패션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4일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가 2차 긴급명령을 내렸습니다. 기존 총판사인 조이웍스의 한국 사업권을 일단 유지해야 한다고 재확인시킨 명령이었습니다.잘 나가던 호카에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호카 국내 총판 조이웍스의 조성환 당시 대표가 지난해 말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을 폐건물로 불러낸 뒤 폭행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벌어졌는데요.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의 녹취본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이는 호카 불매 운동으로 번졌고 조이웍스의 자회사 조이웍스앤코의 주가도 급락했죠. 조 대표는 결국 올해 초 사과문을 내놓고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그래픽=비즈워치하지만 일은 조 대표의 사임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호카의 미국 본사 데커스가 조 전 대표의 사임 당일 조이웍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건데요. 호카를 유통하는 업체 역시 본사와 같이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무관용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지난 2018년 호카를 국내에 들여와 키워 온 조이웍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겁니다. 조이웍스의 매출액은 2022년 249억원에서 2025년 1065억원으로 성장했는데요. 이 매출의 80~90%가 호카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핵심 사업이 흔들리게 된 셈입니다.이 소식에 패션업계가 술렁인 건 당연했습니다. 호카는 '엔데믹' 이후 러닝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 가파르게 성장한 브랜드입니다. 데커스가 새로운 총판을 구한다는 소식에 주요 패션 기업들이 일제히 물밑 교섭에 나섰는데요. 신세계인터내셔날·LF·이랜드·무신사 등의 기업들이 새 총판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진짜 싸움은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총판 계약 해지의 발단이 된 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 사건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폭행 피해자들은 '하청업체' 관계자로 알려졌는데요. 그래서 조 전 대표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폭행을 했다는 프레임이 굳어지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사실은 이 피해자들이 '하청업체'가 아니라 '경쟁업체' 관계자들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온 겁니다. 패션·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조이웍스의 조 전 대표와 피해자들이 사건 이전부터 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그래픽=비즈워치최근에는 조이웍스가 들여온 한 해외 신발 브랜드의 국내 유통권을 두고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 폭행 사건을 조 전 대표의 '갑질'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최초에 이 폭행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도 지난 4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기사 내용 중 '하청업체'를 '경쟁업체'로 수정하기도 했죠.조이웍스도 총판 계약 해지에 대한 대응에 돌입했습니다. 사건이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데커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 부당하다며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ICDR)에 중재 신청을 한 건데요. 그 결과, 지난 4월 ICDR로부터 '새로운 한국 유통사 선임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1차 긴급명령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데커스가 재심을 요청했지만 지난 24일 나온 2차 긴급명령에서도 1차때와 결론은 같았습니다. 국제 중재기관이 두 번이나 조이웍스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이 결정에 따라 조이웍스는 당분간 호카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카 사업권을 유지하게 된 만큼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죠.끝나지 않았다하지만 이번 결정이 호카 사업권을 완전히 지켜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ICDR의 긴급명령은 본안 중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라는 '잠정 조치'입니다. 일종의 가처분 신청과 같은 겁니다. 데커스의 계약 해지가 정당했는지를 따지는 본안 심리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통상 국제 중재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본안 중재가 길어지는 사이 계약 기간이 먼저 끝나버리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조이웍스와 데커스의 계약 기간은 기밀 사항이라 정확한 만료 시점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브랜드 총판 계약은 통상 1년 단위로 갱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커스가 지난해 여름 계약 갱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계약 만료 시점이 생각보다 임박했을 수도 있습니다. 본안 중재가 이뤄지기도 전에 계약이 끝난다면 ICDR 명령도 힘을 잃게 되겠죠.호카 러닝화. / 사진=정혜인 기자 hij@결국 조이웍스에게 중요한 건 중재기관의 명령이 아니라 데커스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어떤 결론을 끌어내느냐입니다. 현재 양측은 각자 대형 로펌을 선임해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변수는 또 있습니다. 조 전 대표의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입니다. 피해자가 하청업체가 아닌 경쟁업체 관계자였다 해도 폭행 자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조이웍스는 법인과 전 대표 개인이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조이웍스와 조 전 대표가 완전히 분리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이웍스 지분 100%를 조 전 대표의 배우자인 윤수현 씨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데커스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조이웍스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연 호카 판권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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