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000명 개미 ‘발동동’… 돈 잘 버는 ‘韓 1호 해외리츠’ 제이...
“매년 1200억 월세 받는데 부도 위기” 현금 묶이고 배당 규제에 막혀(제이알글로벌리츠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해외 우량 부동산에 소액으로 투자하는 국내 1호 해외 상장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2만 8000여 명의 투자자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는 벨기에 정부 청사를 매입해 매년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을 내고 있지만, 자금을 비축할 수 없는 국내 제도의 한계와 해외 은행의 자금 통제가 맞물려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핵심 자산을 해외 대주단에 헐값으로 매각당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피해와 대규모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조속한 자금 지원 등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량 자산의 돈줄 마름과 규제가 낳은 흑자도산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019년 국내 최초로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설립됐고, 2020년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이들의 핵심 자산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파이낸스 타워라는 건물이다. 2034년까지 벨기에 정부가 장기 임차해 매년 12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월세가 들어오는 우량 건물이다. 하지만 고금리가 오래 이어지며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건물을 매입할 당시 돈을 빌려준 해외 은행들(대주단)이 건물 가치 유지 조건(담보인정비율·LTV)을 어겼다며, 매달 발생하는 건물 월세를 한국으로 보내지 못하도록 현지 계좌에 묶어버리는 현금 통제(캐시트랩) 조치를 실행한 것이다.제이알글로벌리츠의 주요 투자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소재 파이낸스 타워 컴플렉스. /조선DB 그러자 매달 한국 본사로 들어오던 현금줄이 완전히 끊기게 됐고, 결국 당장 만기가 도래한 국내 빚을 갚지 못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상황이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회사가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에서 돈을 빼 쓰려고 해도 이마저 불가능했다. 현행법상 리츠는 벌어들인 이익의 90% 이상을 주주에게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므로, 위기에 대비한 사내 비상금을 쌓을 수 없는 구조다. 상장 이후 3300억원이 넘는 돈을 주주에게 지급했지만, 정작 만기가 돌아온 400억원 규모의 단기 빚을 갚을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부도 위기로 내몰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 상황은 제도의 한계가 빚어낸 이른바 흑자도산”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장기화와 임박한 강제 매각의 위험자금줄이 막힌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결국 올해 4월 말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현재는 법원의 승인 아래 강제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협의하는 자율구조조정(ARS)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법원 결정에 따라 해당 협의 기간은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 더 연장된 상태다.문제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일반 투자자들이 원금을 모두 잃을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해외 은행들은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행위 자체를 대출 계약 위반으로 간주해, 만기가 남은 거액의 원금을 당장 한꺼번에 갚으라는 즉시 상환 요구(기한이익상실·EOD)를 선언할 수 있다. 회사가 이를 즉각 갚지 못하면, 현지 은행들은 자신들의 돈을 먼저 챙기기 위해 빌딩을 시장에 마음대로 헐값에 강제 처분(파이어 세일)할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매각 대금은 해외 은행들이 독식하고, 후순위 투자자인 국내 공모 주주들은 원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돼 대규모 국부 유출 가능성도 있다.투자자들은 현지에 묶여있는 월세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금 가운데 약 5700만유로(약 850억원) 정도를 우선 갚으면 대출 원금이 줄어들어, 현지 은행들이 문제 삼았던 ‘건물 가치 대비 대출 비율(LTV)’을 다시 약정된 정상 수준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정부가 조금만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면 매달 10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건물 임대료가 다시 한국으로 정상 송금돼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투자한 결과인데, 정부가 나설 경우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 기업의 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으며, 결국 당사자 간 자율 조정을 통해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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