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맥북·아이패드 가격 20% 인상

애플이 AI 인프라 확대로 촉발된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을 이유로 전 세계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약 20% 인상했다.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전날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소비자 전자산업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올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회사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인 아이폰은 이번 가격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애플은 고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으며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번 가격 조정은 애플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가격 인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애플은 그동안 신제품 출시 시 일부 모델만 가격을 올리거나 저가 모델을 단종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해 왔지만, 이번에는 맥북과 아이패드 제품군 전반에 걸쳐 약 20% 수준의 인상을 단행했다.대표적으로 512GB 맥북 에어는 1천99달러에서 1천299달러로, 256GB 아이패드 프로는 999달러에서 1천199달러로 가격이 올랐다. 지난 3월 출시된 보급형 노트북 맥북 네오는 599달러에서 749달러로 25% 인상됐다.애플은 지금까지는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 상승분 상당 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했지만, 비용 증가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초래한 메모리 공급난이 최근 수년간 겪었던 어떤 위기보다 공급망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애플의 주가는 이날 장중 약 5%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향후 애플의 수익성과 판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모습이다.애플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이후에도 가격 인상을 피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폭스콘 공장이 수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했을 당시에도 주요 제품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메모리 비용 상승이 그동안의 위기보다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비슷한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델, HP, 레노버, 에이수스 등 주요 노트북 제조사들도 메모리 부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서 출시한 갤럭시 S26 스마트폰 일부 모델 가격을 100달러 인상했다.애플은 올해 3월 말 종료된 분기 하드웨어 부문 마진율이 38.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9%보다 상승했으며, 분기 순이익은 296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소비자 전자기업인 애플이 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 급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다.모건스탠리는 이달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이 지난 1년 동안 6배 상승했으며 신규 생산능력 확보에는 공장 건설과 품질 안정화, 양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확대가 이어지는 동안 메모리 공급 부족과 원가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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