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공매도]⑤ 영진약품, '10년 내리막' 투심 위축 '이중고'
영진약품 남양 공장 전경 /사진 제공=영진약품영진약품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하루 전체 주식 거래량 중 40% 이상이 공매도로 이뤄진 날을 두 번 넘게 겪은 종목이다.누적된 적자와 전환사채(CB) 등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재무 구조가 이어지며 이른바 동전주 진입 문턱에 놓였다. 올해 3월 중동 지정학적 긴장으로 증시 분위기가 가라앉은 데다 삼천당제약 주가 급락을 계기로 바이오주 전반에 대한 변동성 경계심이 커지자, 재무 체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영진약품으로 공매도 수요가 몰렸다는 해석이다.21일 한국거래소 마켓데이터의 공매도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들어 현재까지 영진약품 주식에서 일일 거래대금 기준 공매도 비중이 40%를 넘어간 날은 3월18일과 4월3일 등 두 차례였다. 같은 기간 이처럼 높은 공매도 비율을 2회 넘게 기록했던 5개 종목 중 하나였다.미국·이란 전쟁이 일어난 뒤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변동성이 커졌다. 코스피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내리는 구간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거래도 늘어났다. 실제 영진약품 주가는 종가 기준 2월 말 2010원에서 3월 말 1716원까지 내렸다.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6000을 넘어 상승세를 회복하는 와중에도 영진약품은 공매도 거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이달 6일과 9일의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은 각각 30.0%, 34.3%였다. 21일에도 17.70%로 공매도 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았다.영진약품은 1973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해 오랜 시간 국내 제약 업계에서 이름을 알린 기업이다. 10년 전에는 주가가 1만원을 웃돌았지만 열악한 재무 구조가 이어지면서 하락 그래프를 그렸다. 지난해 말 영진약품의 결손금은 191억원이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내 유보금 축적은 물론 배당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영진약품은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이 아닌 장기차입과 CB로 자산 규모를 늘렸다. 자산은 2624억원으로 지난 3년 동안 지속해서 증가했는데, 이 중 비유동부채가 724억원으로 전년 보다 426억원 많아졌다. 비유동부채를 구체적으로 보면 장기차입금이 45억원에서 275억원으로, 비유동CB가 0원에서 212억원으로 늘었다.반면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은 218억원에서 122억원으로 줄었다. 주력 사업으로 돈을 버는 수익성 회복 없이 외부 자금으로 재무 구조를 떠받친 셈이다.물론 장기 차입은 당장 빚을 갚아야 하는 압박이 약하지만 정쟁 뒤 고금리가 지속되면 이자 부담이 가중된다. 이에 더해 CB는 주가 상승 제한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진약품이 수익성 개선을 성공해 주가가 상승해도 주식 전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상승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영진약품은 지금까지 운영자금조달을 위해 총 251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무이자지만, 주가 흐름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2028년부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구조다. 잠재적인 전환 물량은 전체 주식의 14%에 달하며, 전환가액은 1999원이다. 주가가 이 가격까지 상승하면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다.이에 더해 올해 3월 삼천당제약 주가 급락으로 인해 제약주 전반의 변동성이 주목되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삼천당제약은 주가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온 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후 제약·바이오 종목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에 관해 "K-BIO는 지난해 기술이전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유있는 버블이 형성됐으나, 밈주식 또한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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