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 외면한 키움의 '무늬만 모험자본'…"발행어음 취지 무색"

올해 민간모펀드 출자사업에 처음 나선 키움인베스트먼트의 자펀드 운용 조건을 두고 벤처투자 업계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자펀드 존속기간을 8년 이내로 제한하면서, 모태펀드 출자사업과 연계해 민간 매칭을 추진하던 일부 위탁운용사(GP)들이 지원 기회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당시 내세웠던 모험자본 공급 확대 취지와 실제 출자 조건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6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600억원 규모의 '키움 벤처히어로 모펀드' 출자사업은 지난 19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하고 현재 1차 서류심사를 진행 중이다.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각각 400억원, 200억원을 출자하는 이번 사업은 자펀드의 존속기간을 '5년 이상 8년 이내'로 규정했다. 투자(납입) 기간은 4년 이내로 제한했다.문제는 이 같은 존속기간 기준이 장기 운용을 전제로 하는 정책 펀드의 참여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는 점이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초 진행한 '모태펀드 2026년 1차 정시 출자사업' 창업초기 분야 등에서 조합 존속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제안한 GP에 가점을 부여했다. 단기 회수 부담을 줄이고 장기 투자가 필요한 초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실제 창업초기 분야에서 선정된 GP 상당수는 이 기준에 맞춰 존속기간을 10년으로 설정했다. 이들 중 일부는 민간 매칭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키움 출자사업의 문을 두드렸으나, '8년 상한선' 요건에 걸려 제안서조차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제안서 접수를 시도했던 한 VC 대표는 "키움의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8년 이후부터 관리보수를 받지 않는 방안까지 제시했다"며 "실질적인 비용 구조는 8년 만기 펀드와 다르지 않았지만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이는 최근 민간모펀드 출자사업을 진행한 하나벤처스의 행보와도 대비된다는 평가다. 600억원 규모의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 2026'을 조성 중인 하나벤처스는 출자 대상을 정책출자기관 사업에 선정된 자펀드로 규정하면서도, 존속기간에는 별도 제약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키움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GP들이 하나벤처스로 발길을 돌려 현재 서류심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시장에서는 키움증권이 발행어음 인가 과정에서 강조했던 모험자본 공급 확대 의지와 실제 출자사업 운영 방식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발행어음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달 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규 사업자 인가를 받은 키움증권은 모험자본 공급의 일환으로 2000억원을 출자했고, 자회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여기에 자체 자금을 더해 2000억원을 웃도는 규모의 민간벤처모펀드를 결성했다. 운용을 맡은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이 재원을 3년에 걸쳐 나눠 출자할 계획이다. 올해 600억원 이내로 예산을 배정해 진행 중인 출자사업이 그 첫 단계다.또 다른 VC 관계자는 "모험자본 공급을 내세웠으나, 실제 출자 조건을 보면 단기 회수와 수익률 관리에 유리한 중후기 단계 투자를 선호하는 속내가 읽힌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창업 후 기업공개(IPO)에 이르기까지 평균 14~15년이 걸리는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인내자본 육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민간모펀드 역시 초기 투자 펀드를 포용할 수 있도록 유연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다만 민간 모펀드는 출자자의 수익성과 회수 일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존속기간을 장기간으로 설정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기 운용은 내부수익률(IRR) 관리와 자금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움인베스트먼트 역시 모펀드의 존속기한과 자펀드 출자 일정을 감안해 기준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우스 관계자는 "모펀드의 존속기한이 10년으로 정해져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3년에 걸쳐 출자하는 구조여서 자펀드를 8년 이상 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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