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짜리 사탕이 수년째 K-드라마에 돈을 쓰는 이유 [비크닉]
" “이걸로 피로가 풀려? (사탕을 먹으면서) 갑자기 피가 확 도네.” "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한 장면이다. 얼마 전 종영한 또 다른 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에서도 주인공은 사탕을 입에 넣으며 말한다. “눈이 확 떠지는데요. 맛있네요.” 두 장면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제품은 인도네시아 커피사탕 브랜드 코피코(Kopiko)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속 코피코 사탕을 먹는 장면. 시청자들은 코피코를 인도네시아 브랜드가 아니라 ‘드라마 속 그 사탕’으로 먼저 기억한다. 사진 SBS ‘멋진 신세계’ 영상 캡처 1000원 남짓한 사탕을 파는 브랜드가 수년간 K-드라마 PPL에 투자하고 있다. 2021년 방영된 tvN ‘빈센조’와 ‘마인’부터 최근 방영작까지 코피코는 장르와 채널을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은 다 코피코를 먹는다”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코피코가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내에는 2010년부터 수입돼 판매됐지만 오랫동안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 이후 K-드라마 PPL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24년 편의점 GS25 입점 한 달 만에 20만 개 이상이 판매되며 존재감을 키웠다. 코피코 사례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나 명품처럼 고가 제품도 아닌 1000원짜리 사탕 브랜드가 수년째 K-드라마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 다른 광고 채널은 전무한 채 오직 드라마 PPL로만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사탕은 왜 K-드라마 ‘단골’이 됐나 코피코의 K-드라마 PPL은 인도네시아 본사 주도로 시작됐다. 국내 수입·유통사인 매크로통상에 따르면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드라마 PPL에 뛰어든 시점은 2021년이다. 코피코는 2021년 다양한 K드라마에서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소품이 됐다. 사진 매크로통상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었다. 팬데믹 시기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졌다. 당시 코피코는 국내 주요 대형마트와 온라인에는 이미 입점해 있었지만 브랜드 자체를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한 번 먹어본 소비자는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제품을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했다. 코피코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이 한국 드라마 PPL이다. 처음부터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아니었다. 첫해에는 3~4편 수준으로 제한적으로 PPL을 진행했고, 이후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자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매크로통상 측은 드라마 PPL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지속성’을 꼽았다. TV 광고는 제작비와 송출비가 별도로 들고 방송이 끝나면 노출도 함께 종료된다. 반면 드라마는 한 번 제작되면 재방송은 물론 OTT를 통해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매크로통상 관계자는 “광고는 제작 비용과 송출 비용이 계속 발생하지만 드라마는 콘텐트로 남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방영된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주인공 빈센조(송중기)가 코피코 사탕을 먹는 장면. 이후 코피코는 K-드라마 PPL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사진 tvN 실제로 코피코의 노출 방식도 일반적인 PPL과는 조금 다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피곤하거나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코피코를 먹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같은 설정 역시 우연이 아니다. 매크로통상과 인도네시아 본사 마케팅팀은 ‘피곤할 때 먹는 커피사탕’이라는 콘셉트를 함께 논의한 뒤 제작사 측에 전달한다. 제작사는 이를 참고해 자연스럽게 극 중 장면에 녹여낸다. 반복적인 노출 덕분에 코피코는 단순한 사탕을 넘어 ‘피곤할 때 먹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비타민이나 피로회복제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드라마 방영 이후 네이버 검색량과 브랜드 관심도가 높아졌고, 매출 증가로도 이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OTT로 동시 송출…해외 소비자 겨냥 역방향 PPL 코피코가 K-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코피코는 한국 시장 진출과 함께 동남아 시장도 함께 고려하며 K-드라마 PPL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미주와 유럽 시장까지 시야를 넓혔다. 실제로 K-드라마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가 국내 방영을 마친 뒤 해외 방송사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국가별 시청 시점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OTT가 확산되면서 한국에서 공개된 콘텐트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거의 동시에 전달되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뿐 아니라 K-드라마를 시청하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에게도 동시에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편의점에서 8개들이 한 봉지 기준 1000~1200원에 판매되는 부담 없는 가격대 역시 호기심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데 한몫했다. 사진 이지영 기자 한국 시장이 글로벌 소비 트렌드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겨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온라인을 통한 입소문 확산 속도도 빠르다. 드라마 속 제품이 “저거 뭐지?”라는 호기심을 만들고 검색과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 역시 빠르게 나타난다. 과거에는 한국 브랜드가 드라마를 타고 해외 소비자에게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해외 브랜드가 한국 콘텐트와 한국 소비자의 반응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는 역방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드라마 제작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에서 히트하는 K-드라마의 경우 스토리가 주는 몰입감 외에도 드라마 속 의상과 음식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요소들이 모두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된다”며 “상업광고라는 느낌을 가능한 배제한 채 소비자 접점을 만들고 싶어 하는 회사나 상품의 브랜딩에 K-드라마는 효과적인 마케팅 툴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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