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카르텔]① "같이 올리자" 제당사 임원부터 팀장까지 '짬짜미'
자본시장 사건파일/이미지 제작=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국내 설탕 시장을 주도하는 경쟁사지만 가격을 정할 때는 한 몸처럼 움직였다. 임원진부터 팀장급에 이르는 밀실 모임을 통해 가격 조정 여부와 시기, 변동 폭 등을 주도면밀하게 논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공식 문서는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약 4년간 수차례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올해 4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J제일제당, 삼양사 각 법인과 전·현직 임직원 11명에게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했다. 대한제당은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을 적용받아 기소되지 않았다. 담합의 배경은 수익 악화였다. 재판부는 "제당 3사는 2020년 하반기부터 국제 원당가가 상승하는 등 설탕 영업 사업의 수익이 악화되자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가격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설탕 판매 가격을 담합할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국내 설탕 최대 사용처이자 제당 3사 모두와 거래하는 음료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 결과는 다른 거래처와의 협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행이 있었다. 이에 제당 3사로서는 해당 음료 제조사에 공동으로 대응해 이익을 확보할 이유가 있었다.첫 가격 인상 논의는 2021년 2월 임원급 모임에서 이뤄졌다. 각 사의 관계자들은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가와 환율 상승을 이유로 판매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같은 해 5월경 kg당 약 40원 인상을 합의했다. 팀장급 직원들은 모임과 유선 연락 등을 통해 제당 3사의 가격 인상 합의를 확인하고 거래처별 협상 방법 등을 논의했다.이후에도 이들은 2021년 9월, 2022년 3월, 2022년 11월 등 여러 차례 kg당 40~120원의 가격 인상을 합의했다. 가격을 내릴 때도 함께 움직였다.검찰에 따르면 담합 규모는 3조2715억원으로, 이번 담합 행위로 설탕 가격이 담합 발생 전 대비 최고 66.7%까지 올랐다./이미지 제작=박선우 기자, 자료=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담합 뒤에는 상급자들의 승인이 있었다. 재판부는 "삼양사 소속 A 씨는 자신의 상급자인 B 씨에게, B 씨는 자신의 상급자인 C 씨와 D 씨에게 각각 합의에 따른 설탕 인상의 시기와 폭에 대해 보고하고, C 씨와 D 씨는 설탕 가격을 타 제당업체와 합의해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승인했다"고 판시했다. 인사이동 과정에서 후임 직원에게 담합 모임이 인수인계되기도 했다. 기존 담당자가 업무를 넘겨받은 직원에게 모임에 대해 알려주고, 다른 제당사 관계자들을 소개해 준 것이다.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 김 모 씨는 자리를 옮기면서 전 삼양사 대표이사 최 모 씨 등에게 'E 씨 등은 유임되므로 비즈니스 협력에는 문제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등 제당 3사의 협력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취지를 전한 적도 있었다.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이들이 치밀한 방법으로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제당 3사 간 담합을 모의하면서 텔레그램 또는 유선상 연락을 통해 3사 임원급 내지는 팀장급 오프라인 모임을 잡았다"며 "주기적으로 텔레그램방을 삭제하며 공식적인 서류는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대형 실수요업체의 가격 협상력, 원당 가격 변동 추이와 환율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로 각 법인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 등도 양형에 반영했다.이 사건은 검찰과 피고인 측의 항소로 2심 판단을 받게 됐다. 앞서 검찰은 1심 선고 후 "설탕 담합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는데 범행의 규모, 악성, 유사 사건 처리 전례를 봤을 땐 공감이 가지 않는 양형"이라며 "당연히 항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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