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불똥에 집수리비도 뛰었다… 장판·접착제·페인트값 줄인상
나프타값 급등에 PVC·접착제 원가 상승장판·벽지·페인트·필름 가격 줄줄이 올라도매상 재고 안 풀고 제조사도 공급 지연자재 수급난에 영세업체·소비자 부담 커져인테리어 공사 현장.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음. /조선DB “페인트값 오른 지 얼마 안 됐는데 지난달엔 마루, 이번엔 장판입니다. 중동 전쟁 때문에 생산이 안 된다며 아예 물건을 안 줍니다. 그러고는 가격을 10~15%씩 올리니, 앞으로 공사 단가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막막합니다.”노원구 한 인테리어 소매업체 관계자중동 전쟁 여파로 인테리어 공사비가 뛰면서 소비자와 영세 시공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장판, 벽지, 접착제, 페인트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서다. 일부 자재는 공급까지 원활하지 않아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29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석유화학 관련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면서 인테리어 자재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전쟁 전인 지난 1월 t당 50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815달러까지 상승했다.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원료로 쓰는 합성수지 계열 제품의 생산 단가도 함께 높아진 것이다.인테리어 공사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과 특수 접착제 등은 나프타에서 추출한 합성수지를 기반으로 한다. 아파트 창호와 배관, 벽지, 장판 등의 주원료인 폴리염화비닐(PVC)도 대표적인 석유화학 제품이다. PVC는 에틸렌과 염소를 혼합해 만드는데, 에틸렌의 핵심 원료가 나프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글로벌 PVC 가격은 27일 기준 t당 4870위안으로, 1년 전보다 약 4.0% 올랐다.건축 자재 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목재와 바닥재 시공 등 인테리어 공사 전반에 쓰이는 접착제 가격은 30~50%가량 올랐고, 인테리어 필름 가격도 약 30% 인상됐다. 도배재와 타일 자재 가격 역시 10~2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자재별로 가격이 한 번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오르다 보니 견적을 내기가 더 어렵다”며 “계약 이후 자재값이 오르면 손해를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원유와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한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페인트 상점에 아세톤, 신나 등이 진열돼 있다. /뉴스1 페인트 업계는 가격 인상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등 주요 페인트 제조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공급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는지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인트 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업체는 이후 가격 인상 결정을 철회하거나 인상 폭을 조정했다.문제는 가격 인상 부담이 유통 단계와 시공 현장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도매업체가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재고를 풀지 않거나, 제조업체가 물량 공급을 늦추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자재 수급이 불안해지면 영세 시공업체는 기존보다 비싼 가격에 자재를 사야 하고, 소비자는 공사 지연이나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인테리어 공사는 통상 계약 당시 견적을 기준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계약 이후 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소비자에게 바로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공사비를 다시 협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거나, 시공업체가 손실을 감수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자재를 제때 구하지 못해 공사가 미뤄지면 소비자는 이사 일정과 추가 거주 비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20평대 구축 아파트 이사를 앞두고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전체 수리 비용이 7000만원 정도 든다고 해 도배와 장판 등 최소한만 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장판 자재가 구해지지 않아 도배만 먼저 해놓고 공사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라고 했다. 그는 “이사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전에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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