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기업 AX 열전]① 리멤버, 데이터 독점력 주목…AI 채용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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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는 지난해 HR 플랫폼 리멤버앤컴퍼니를 5000억원대에 인수했다. 명함 저장 플랫폼에서 출발한 리멤버의 기업가치는 8년 만에 10배 이상 뛰었다. 업계에선 EQT가 주목한 핵심 경쟁력으로 '비즈니스 프로필 데이터'를 꼽는다. 재직자 중심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인재 검색과 채용 솔루션을 고도화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EQT가 주목한 데이터 경쟁력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 아크앤파트너스는 지난해 8월 리멤버앤컴퍼니 보유 지분 47%를 EQT에 약 2500억원에 매각했다. 사람인 역시 같은달 지분 21.5%를 1146억원에 처분했고, 9월에는 네이버 자회사 라인플러스가 지분 24.6%를 1318억원에 매각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마쳤다.리멤버앤컴퍼니 주당 매각가는 9만4600원이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른 병행매도청구권(태그얼롱)이 행사되며 경영권 지분과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동일한 가치로 거래됐다. EQT는 최종적으로 리멤버 지분 93% 이상을 확보했다.EQT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에 뿌리를 둔 글로벌 산업자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기술·금융·헬스케어 등 기업에 집중 투자하며, 국내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더존비즈온과 SK쉴더스가 있다. 리멤버 관계자는 "EQT는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자"라며 "인수 직후 전사 타운홀을 열어 투자 배경과 방향성을 임직원에게 직접 설명했다"고 전했다.EQT가 리멤버에 5000억원을 베팅한 배경에는 '데이터 독점력'이 자리한다. 구직자가 이력서를 등록해야만 데이터가 축적되는 일반 채용 플랫폼과 달리, 리멤버는 명함 관리 서비스가 기반이다. 구직 여부와 무관하게 회원들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소속과 직급을 지속 갱신하는 구조다.HR 업계 관계자는 "구글 제미나이가 늦게 나왔지만 강력한 이유는 사람들의 데이터베이스(DB)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플랫폼은 누군가 등록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쌓이기 어려운 구조인데, 리멤버는 회원들이 최신 비즈니스 프로필을 계속 업데이트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흐른다"고 설명했다.다른 플랫폼과 차이도 뚜렷하다. 리멤버의 주력은 당장 이직 의사가 없어도 좋은 제안에 열려 있는 '잠재적 구직자(Passive Candidate)' 풀이다. 기업이 직접 인재를 찾는 '다이렉트 소싱' 솔루션에 적합하다. 인사담당자가 직무기술서의 핵심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적합한 후보자 목록을 자동 추천한다. 리멤버 관계자는 "과거 헤드헌터들이 플랫폼을 뒤지며 후보군을 추리는 데 수 주가 걸렸다면, 현재는 수일 내 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민감한 이직 데이터는 분리된다. 개인 주소록 성격의 '명함 데이터'와 구직용 '채용 프로필'은 별도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채용 프로필은 권한을 지닌 인사담당자만 열람할 수 있으며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접근이 자동 차단된다. 특정 기업을 차단할 경우에도 프로필이 노출되지 않는다. 이직 준비 사실을 은폐해 재직자들의 자발적 DB 갱신을 유도하는 설계다. 명함 데이터 자체는 사업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리멤버의 AX 전략도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핵심 자산은 객체 인식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을 결합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다. 초기에는 회사 내 담당자들이 수기로 입력했지만 현재는 AI로 자동화가 이뤄졌다. AI를 통해 명함 정보 인식 정확도를 99.9%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데이터 라벨링 역량이 AI 고도화의 근간이 되고 있다.보안 체계 강화도 AX 전략의 축이다. EQT 인수 이후 별도 IT 보안 조직이 추가 점검에 나섰다. 사용하지 않는 권한은 1~3개월 내 자동 회수되며 회사 지급 노트북 외 기기에서는 업무 시스템 접근이 제한된다. 파일 전송 역시 통제된다. 명함 데이터는 사업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회원들이 등록한 비즈니스 프로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감사보고서상 관련 투자 내역도 확인된다. 리멤버는 'AI 시스템(머신러닝)'과 '채용 검색엔진' 관련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자본화했으며, 해당 장부금액 합계는 4억원 수준이다.외형 성장·흑자 전환…IPO는 "계획 없음"5000억원대 몸값에 걸맞는 재무건전성 확보는 과제다. 리멤버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91억원, 누적결손금은 1145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4년 435%에서 2025년 792%로 상승했다.수익성 지표는 개선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수익(매출액)은 1004억원으로 전년(685억원) 대비 46.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6억원을 기록해 전년(-42억원) 대비 흑자로 전환됐다. 당기순손실은 31억원을 기록했으나, 전년(187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을 축소했다.순손실의 주된 원인은 이자비용이다. 당기 이자비용은 112억원으로 영업이익의 2배 수준이다. 이는 헤드헌팅 자회사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에게 부여한 풋옵션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금융부채로 인식하며 발생한 회계적 성격의 비용이 크다.현금창출력은 개선되는 모습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74억원에서 지난해 175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선수금 성격인 계약부채도 89억원에서 162억원으로 불어나 향후 매출 인식 기반을 다졌다.리멤버의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됐다. 다만 회사 측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자체 현금흐름 창출로 외부 자금 조달의 시급성이 낮아진 데다, EQT 역시 비상장 체제에서의 유연한 경영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EQT는 포트폴리오 기업인 더존비즈온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리멤버의 AX 전략은 단순 채용 중개를 넘어선 '직장인 네트워크 데이터 자산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PEF 자본의 선택을 받은 리멤버가 5000억원대 밸류에 부합하는 장기 수익성을 입증해 낼지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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