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M 탈피 10년 부산 신발산업…‘제조’에서 ‘브랜드’로 탈바꿈
■한국 신발산업 중심 부산부산, R&D 지원 업고 OEM 탈피지역 신발 브랜드 전년比 14%↑기업 평균 부가가치 3%대 성장연내 제작 全과정 디지털화 추진부산 사상구 부산테크노파크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에 입주한 튜브락의 직원들이 신발을 만들고 있다. 부산=박우인기자부산 신발산업이 달라지고 있다. 공장은 줄었지만 남은 기업들은 강해졌다. 10년 전 200개를 웃돌던 부산 지역 신발 제조업체는 지금 109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러나 기업당 평균 출하액은 2015년 48억 원에서 2024년 67억 원으로 39.6% 늘었다. 부가가치도 같은 기간 기업당 16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31.3% 올랐다. 산업 전반의 ‘고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부산은 지금 OEM·ODM 중심의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브랜드와 데이터 기반 첨단 제조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업체는 줄었지만 기업은 강해졌다”서울경제DB통계청 광업·제조업 조사 기준으로 부산 신발 제조업체 수는 2015년 203개에서 2024년 109개로 46% 감소했다. 종사자도 5,625명에서 2,745명으로 반 토막 났다. 총 출하액도 9760억 원에서 7280억 원으로 줄었다.그러나 숫자의 이면은 다르다. 기업당 평균 출하액은 연평균 3.8% 성장했고, 기업당 평균 부가가치는 연평균 3.1% 개선됐다. 경쟁력 없는 기업이 시장에서 정리되는 동안 살아남은 기업들은 질적으로 성장했다.부산 주요 신발업체 상위 20개사 매출액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2023년 글로벌 브랜드의 재고 조정 여파로 7조 7084억 원까지 떨어졌던 매출은 2024년 8조 1024억 원, 2025년 8조 7943억 원으로 2년 연속 반등했다. 2025년 성장률은 8.5%에 달한다.강영호 부산테크노파크 신발패션진흥단장은 “지금까지 기술력으로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완제품 수출도 늘고 있다”면서 “이제 산업의 방향은 첨단 테스트베드 구축, 브랜드 육성, AI 접목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제조 기업이 줄어드는 반면 자체 브랜드는 빠르게 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자체 조사에 따르면 부산 신발 브랜드 수는 2021년 82개에서 2025년 110개로, 연평균 7.62% 증가했다. 특히 2025년 단년도 성장률이 14.58%로 직전 4년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고부가가치 브랜드 창업이 최근 2~3년 새 급격히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이 흐름의 배경에는 부산시의 정책 지원이 있다. ‘부산브랜드신발육성사업’은 연간 13개사를 선정해 제품 개발부터 브랜드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편집샵 ‘파도블’ 운영, 국제신발섬유패션전시회 개최 등 판로 지원 사업도 병행한다. 실제 허브센터 인큐베이팅을 거쳐 졸업한 스타트업 ‘포즈간츠’는 패션 스니커즈 브랜드 ‘이지미’를 론칭해 연 매출 30~4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 원스톱 생태계의 실험김경훈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센터장이 신발 제조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부산=박우인 기자2019년 430억 원을 투입해 문을 연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는 부산 신발산업 전환의 핵심 거점이다. 6층 규모 공장동 56개 실에 K2코리아, 코오롱인더스트리, 화승인더스트리 등 완제품·소재·부품·디자인 기업 31개사 200여 명이 입주해 있다. 입주 기업 매출은 2024년 3조 5406억 원에서 2025년 3조 8389억 원으로 8.1% 성장했다.센터의 강점은 ‘원스톱 밸류체인’이다. 완제품사, 소재사, 부품사, 디자인사, 원단사가 한 건물 안에 집적돼 있어 기획·개발·생산·유통까지 신발 만드는 전 공정을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다. 김경훈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센터장은 “주변 시세 대비 70~80% 저렴한 임대료에 숙련 기술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며 “입주기업 간 공동 협력 개발비 지원, 동반성장박람회 운영 등으로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입주율이 오픈 초기 100%에서 현재 80%대로 내려앉은 점은 과제다. 한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정책에 따라 개발센터를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생긴 공실이 아직 채워지지 않고 있다. 센터 측은 빈 공간을 개방형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창업부터 디지털 전환까지 ‘원스톱 인프라’한국소재융합연구원과 부산테크노파크는 ‘디지털 기반 신속 신발제조 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부산=박우인기자부산 신발산업의 또 다른 축은 디지털 전환(DX)이다. 한국소재융합연구원과 부산테크노파크가 2023년부터 추진 중인 ‘디지털 기반 신속 신발제조 지원시스템 구축 사업’(90.8억 원)은 3D 모델링 기반 제품 설계, 디지털 갑피(Upper) 자동화 생산, 빅데이터 기반 제품 개발 등을 지원한다. 기존 수주가 걸리던 시제품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허브센터 3층에 구축된 DX 룸에는 3000만 원 규모의 360도 제품 촬영 장비가 설치돼 있다. 기존 사람 대비 150배 이상의 촬영 속도를 구현한다. 연간 학생 2000여 명이 이 공간을 거쳐 가며 신발 제조를 체험한다.탄소저감 트렌드에 대응하는 친환경 기술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기술 전환의 성과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부산 소재기업 아셈스는 자체 개발한 핫멜트 접착 소재 ‘울트라넷(Ultranet)’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으며, 2026년 월드컵 선수용 축구화에 시험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그물망 형태 구조를 적용해 기존 필름형 접착 소재보다 통기성과 유연성을 높인 소재로, 창업 초기 부산테크노파크 R&D 지원을 받아 기술 기반을 닦은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부산 신발산업의 다음 단계는 물류·창업 특화 지식산업센터 건립이다. 중기부 지원 총 280억 원(국비 160억, 시비 120억)을 투입해 2025~2029년 조성될 이 센터는 허브센터와 연계해 ‘창업→개발→제조→마케팅→유통(물류) 전 과정을 지원하는 원스톱 인프라를 완성하는 구상이다.이 센터장은 “현재 허브센터만으로는 창업 기업이 성장한 뒤 갈 곳이 없다”며 “지식산업센터가 완성되면 창업→성장→물류까지 이어지는 사다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예비 창업자 6개월 교육 프로그램에는 서울, 충남 아산 등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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