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없는 중기 5만6천개…폐업 우려에 ‘직원 인수’ 대안으로
29일 국회 토론회, 금융·세제 지원 촉구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승계와 직원 인수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방안’ 토론회에서 김영수 한국종합기술홀딩스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의 폐업 우려가 커지면서 직원들이 힘을 모아 직접 기업을 인수하는 이른바 ‘직원 인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한국협동조합학회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김원이·허영 의원과 함께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승계와 직원 인수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박노근 한국외대 교수(경영학)는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대표가 은퇴 연령에 이른 기업 300만개 중에서 5%만 승계에 실패해 문을 닫아도 1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승계 실패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기반 약화와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제조분야 중소기업 중에서 대표의 나이가 60살 이상인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4년 44.8%로 3배 이상 늘었다. 자녀 부재와 승계 기피 등으로 후계자가 없는 제조분야 중소기업은 약 5만6천개로 추정된다.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직원 인수’가 주목받고 있다. 후계자 부재가 구조적 문제로 대두하기 전부터 일부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 직원 인수를 생존전략으로 선택해 왔다. 2017년 한국종합기술은 모기업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유동성 위기로 매각 위기에 처했다. 당시 830명의 임직원이 1인당 5천만 원씩 출자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고, 협동조합 형태로 지주회사(한국종합기술홀딩스)를 설립했다. 김영수 한국종합기술홀딩스 대표는 “당시 1금융권에 주식담보대출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직원들이 각자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아 총 530억원을 마련해, 대기업과 사모펀드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상장사 가운데 직원 인수 사례로는 최초였다.그로부터 9년이 지난 현재 한국종합기술홀딩스 직원 수는 1228명에서 1806명으로 47% 늘었고, 평균 급여는 6940만원으로 20%가 상승했다. 매출은 두 배로 증가했고, 자산 규모도 2308억원에서 4181억원으로 81% 늘었다. 김 대표는 초기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젊은 직원들이 학자금을 갚고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 부채를 떠안아야 했다”며 “직원 인수 전용 매칭펀드 조성, 특례보증을 통한 자금조달 부담 완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지분 인수 등 공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한국협동조합학회는 김한규·김원이·허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승계와 직원 인수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전문가들은 직원 인수를 단순한 인수합병(M&A)이 아닌 ‘사회적 가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수정 한국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한국은 기업승계를 자녀에게 경영권과 소유권을 이전하는 가업상속이라는 좁은 프레임으로만 인식해 왔다”며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기업승계를 ‘제2의 창업’으로 보고, 친족·직원·제3자 승계(인수합병)를 모두 지원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자녀 승계 중심의 세제 혜택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다.정부도 제도 정비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말 ‘인수합병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활성화 방안’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예우영 중소벤처기업부 대외환경대응과 과장은 “현재 발의된 법안이 통과돼 ‘기업승계지원센터’가 설치되면 가업승계뿐 아니라 직원 인수 등 다양한 승계 옵션에 대한 컨설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만 금융 지원 정책 등은 중기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범부처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중소기업 승계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이 2건 계류 중이다. 법안에는 승계의 정의와 지원 요건, 기업승계 지원센터(가칭) 운영 근거 등이 담겨 있다. 지원센터를 통해 필요한 정보제공 및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좌장을 맡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일반적인 인수합병이 소유권과 금전 가치 중심이라면, 직원 인수는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다루는 문제”라며 “기업이 축적해온 생산 능력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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