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속 전투기(KF-21) 소재 납기 150주→20주…KAI '국산화 ...
오석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재료공정팀 책임. [사진=KAI][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에 사용되는 타이타늄 소재는 한때 납기만 최대 150주까지 걸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20주면 받을 수 있습니다."최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난 오석근 재료공정팀 책임(사진)은 소재 국산화 성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례에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상생'으로 풀어낸 항공 산업 변화가 담겨 있었다.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항공용 소재 공급망은 붕괴됐다. 더군다나 항공 소재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미국 정부 방산 우선 배정 정책(DPAS) 영향을 받는 데다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블록화까지 겹치며 수급 불안이 지속됐다.실제로 KAI가 해외에서 들여오던 타이타늄 소재는 평상시 50~60주 걸리던 납기가 전쟁 이후 100~150주까지 늘었고 가격도 2~3배 급등했다. 일부 소재 경우 코로나 당시 공급업체 파산으로 단종되면서 구매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발생했다.◆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KAI, 공급망 붕괴 속 해법은 '국산화'이러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 KAI는 국산화를 선택했다. 그동안 KAI는 소재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KAI는 2019년 항공소재개발연합체를 구성하고 이후 KPCM·경상국립대학교·한국재료연구원·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테스코와 컨소시엄을 맺어 항공용 타이타늄 단조소재 국산화에 나섰다.결과는 성공이었다. 이는 강소기업과 함께 개발에 성공해 KF-21 양산 자재 발주를 완료한 사례로 기록됐다. 100주 이상 기다려야 하던 소재를 20주 만에 확보할 수 있게 되면서 KF-21 양산 과정에서 공급망 불확실성을 크게 낮췄다.국산화는 타이타늄에 그치지 않았다. KF-21에 적용되는 볼트는 평균 납기가 10주 이내로 단축됐고 화인과 개발한 항공용 래치는 납기를 8주 이내로 줄였다.KF-21 시제기 최종조립 모습. [사진=KAI]수입되는 소재의 70%를 차지하는 알루미늄에서도 국산화 성공 사례가 나왔다. 올해 동양AK·세아항공방산소재와 각각 알루미늄 압출재를 국산화했다. 또한 KF-21 사업에서 알루미늄 압출재 33종 중 6종을 재료규격서 내 인정품목등록(QPL)에 등재했고 저압용 배관피팅 18종도 국산부품으로 대체했다. 본딩스트랩·전자케이블·고강도 인장·볼트·너트 등도 국산화 대상에 포함됐다.기능재 분야에서도 상생은 계속됐다. 접착제·도료·실(seal)·시트·열가소성수지 등은 KCC·화승코퍼레이션·KCC실리콘·한화컴파운드·나라앤엔디 등이 참여해 국산화 개발을 완료했고 모두 QPL에 등재됐다.김희성 책임연구원은 "기능재는 유효기간이 1~2년에 불과해 리드타임을 두고 구매하지 않으면 양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국산화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누이 좋고 매부 좋고…중소·중견기업 성장으로 이어진 '상생 효과'국산화는 공급 안정에 그치지 않고 참여 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오석근 책임은 "타이타늄 소재를 만든 KPCM은 작년에만 100억원 가까이 KAI 발주를 받았고 이러한 개발 경험을 토대로 미 보잉에 승인까지 받게 돼 연 매출이 200~300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에 따른 인력 고용도 이뤄졌다"고 말했다.이어 "볼트 국산화에 참여한 테스코는 원래 시험기관이었지만 제조업체가 전환됐다"며 "50억원 내외 매출이 200~300억원까지 늘어났고 KF-21 발주 금액만 200억원에 달한다"고 부연했다.KAI는 항공용 소재부품 국산화 개발과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KAI 주도 아래 산학연이 포함된 항공소재개발연합체를 2019년 출범했다. 2025년 누적 55곳이 참여 중이다. [사진=KAI]이같은 변화는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6개 기관으로 시작한 항공소재개발연합체는 현재 55개 기업·기관으로 확대됐다. KAI는 설계와 항공기 적용·해외 OEM 연계를 맡고 기업은 소재 생산과 가공을 담당하며 시험기관은 인증을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했다.특히 KAI는 해외 OEM과 국내 기업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며 사업화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인 만큼 정부과제와 연계해 총 1300억원 규모 연구개발 지원을 확보하며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협력 기업들은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루고 해외 수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KAI에 따르면 해외 OEM사 승인을 확대로 해외 수주 가능성을 기대하는 상황이다.◆국산화 확대 속 남은 과제, 대형 설비 투자…대기업·정부 관심 기울여야현재까지 KAI는 전체 922종 국산화 대상 중 누적 228종 개발을 완료하며 24% 수준을 달성했다. 2030년까지 국산화 50%를 목표한 가운데 올해에는 28%에 도달할 전망이다.이에 따라 해외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소재부품을 국내 업체 수급으로 전환한 규모만 700억원에 이른다. 외화 절감 효과까지 누리게 됐으며 향후 KF-21 후속사업과 민수사업 소재부품 장기 납품으로 수입 대체 효과는 확대될 예정이다.과제도 남아있다. 항공소재 국산화 대상품을 확대하려면 전략적인 대형 설비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 수천억원 규모 투자 부담은 중소·중견기업이 감당하기 쉽지 않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대기업에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항공 소재 산업은 수요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투자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재 국산화 생태계가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유지되는 배경이다. 실제 KAI와 소재국산화에 참여하는 기업 80%는 중소기업이다.물론 동양AK는 8400톤 압출프레스를 도입하고 세아A&D는 항공용 알루미늄 공장을 신설했다. 국내 중견기업 중 한 곳은 3만5000톤 대형 단조 설비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했다. 고무적인 변화다. 다만 항공소재부품 국산화 개발을 확대하려면 두께 최대 10인치 압연설비, 5만톤 유압프레스, 2만톤 압출기가 필요한 상황이다.오 책임은 "중소기업들은 투자 의지가 있어도 재정적 한계가 있다"며 "아직까지는 국내 대형 업체들의 관심이 적지만 시장 파이를 키우다 보면 우리가 모르는 시장이 훨씬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 때는 당연히 큰 기업들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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