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공시 확대 첫해, 준수율 47.8%…알맹이는 총수 중심 그대로
지배구조 선진화라더니…상장사 ‘형식주의’ 민낯이사회 독립성·경영진 견제 등은 여전히 ‘낙제점’올해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제출 대상이 확대된 가운데, 상장사들의 핵심지표 평균 준수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47.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공시 대상이었던 대기업들과 올해 처음 보고서를 낸 중소 상장사 간의 격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사회 독립성’이나 ‘경영진 견제’ 등 공시 내용은 여전히 저조했다.1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올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한 코스피 상장사 795곳의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주주·이사회·감사기구 등 3개 부문 15개 핵심지표의 평균 준수율이 지난해 54.3%보다 6.5%포인트 하락한 47.8%로 집계됐다.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수준이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기보다는, 제도가 전면 확대되면서 준비가 부족했던 신규 공시 기업들이 대거 유입돼 나타난 일종의 ‘착시 효과’로 보고 있다. 실제 기존 공시 대상이었던 대기업 499곳의 평균 준수율은 58.9%를 유지했으나, 올해 첫 의무화 대상이 된 296개 기업의 평균 준수율은 29.2%로 그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신규 공시 기업 10곳 중 9곳(90.2%)은 핵심지표를 절반(7개)도 지키지 못했다. 디씨엠의 경우 준수한 지표가 단 하나도 없어 준수율 0%를 기록하기도 했다.기업별로는 오랜 기간 공시를 수행하며 제도를 정비해 온 대기업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최근 6개년(2021~2026년) 연속 공시 기업 58곳 중 포스코홀딩스가 6년 평균 준수율 97.8%를 기록하며 가장 우수한 기업으로 꼽혔다. 이어 KT&G(95.6%), SK텔레콤(93.3%), LG이노텍(90.0%), KT(88.9%) 등이 뒤를 이었다.이번 조사에서는 ‘보여주기식’ 제도 도입과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사이의 괴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내부감사기구 정보접근 절차 마련(93.7%)이나 회계·재무 전문가 존재(80.5%), 전자투표 실시(76.5%) 등 법적 요건을 맞추거나 시스템만 구축하면 되는 절차적 지표들은 높은 준수율을 기록했다.반면 기업 권력의 핵심인 이사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총수 일가 등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지표들은 저조했다. 소수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장치인 집중투표제 채택률은 4.4%로 전체 지표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주주의 독단을 막기 위한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11.3%)이나 투명한 경영권 승계를 보장하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28.8%) 등도 바닥권에 머물렀다. 이는 국내 상장사들이 공시 의무화라는 외부 압박에 떠밀려 겉포장만 바꿨을 뿐, 총수 중심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라는 알맹이는 전혀 바꾸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선진화’라는 제도의 취지는 외면한 채 공시 서류를 채우기 위한 형식주의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신규 공시 기업의 준수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현행 공시제도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공시 대상 확대에 맞춘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공과 실질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세부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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