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李 “담합하면 회사 망할 수도”... 年 매출 39%...
6년간 밀가루 가격 담합한 제분사들연 매출 20~30%대 과징금담합 전체 기간 매출로 과징금 계산 “죄질 고려하면 합당” vs “문 닫으면 독과점 강화”서울 시내 마트에 놓인 밀가루 모습. /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로 7개 제분사에 국내 담합 사건 역대 최대 과징금인 6710억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제분사 중에 연 매출의 39%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 확정되면 이 회사는 당기순이익의 12배 규모 과징금을 내야 한다. 시장 경제 최대 공적(public enemy)인 담합을 근절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 990억 회사, 과징금 380억 부과받아...죄질 나빠 합당하다는 의견도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삼양사·사조동아원·대한제분·대선제분·한탑·삼화제분은 2019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농심·삼양식품 등 라면 제조사와 롯데제과·해태크라운 등 제과업체 등에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이 회사들은 2024년 매출 기준으로 밀가루 B2B(기업간 거래) 시장 점유율이 87.7%에 달한다고 한다. 과징금 부과액은 ▲사조동아원 1831억원 ▲대한제분 1793억원 ▲CJ제일제당 1317억원 ▲삼양사 948억원 ▲대선제분 384억원 ▲한탑 243억원 ▲삼화제분 194억원 순이다.그래픽=손민균 시장 점유율 5위인 대선제분은 매출(991억원) 대비 과징금이 39%에 달한다. 당기순이익(31억원)의 12배 수준이다. 이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계산할 때 담합과 관련해 발생한 전체 매출에 법 위반 중대성에 따라 일정 비율을 곱하는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담합이 6년에 걸쳐 이뤄졌다고 판단한 만큼 관련 매출이 커져 과징금 액수가 불어난 것이다.공정위가 최근 5년간 기업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 1000억원 이상 부과 방침을 밝힌 사건을 보면 과징금은 매출 대비 한 자릿수이거나 높아도 10%대였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대선제분뿐 아니라 업계 2·7위인 대한제분과 한탑도 매출 대비 30%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6위인 사조동아원과 삼화제분은 20%대다.밀가루 담합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엄중한 과징금이 적절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제분사들이 담합을 시작한 2019년 12월 대비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가 회사별로 최소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들 제분사는 2006년에도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았었다. 아울러 제분사들은 원맥 시세 상승 기간에 정부의 물가안정 지원금 471억원을 받으면서 담합을 계속한 것으로도 조사됐다.또 이재명 정부의 ‘민생 경제 범죄 제재 강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담합 기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지시했다.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에선 “담합 등을 몰래 하니까 잘 발각이 안 됐지만, 부정 행위를 한 경우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할 것 아닌가”라며 “앞으로 실제로 회사가 망하는 수도 있다”고 했다. 이후 공정위는 담합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선 기업 규모와 경영 여건 고려해 과징금 계산 일각에선 기업 규모나 경영 상황에 비해 높게 부과된 과징금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분사 담합 제재 수위를 결정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한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 정도의 과징금이 확정되면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취지로 과징금을 감경해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과징금 부담에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과적으로 독과점 구조가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해외 주요국은 기업 규모나 회사 사정에 따라 과징금을 차등화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미국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과징금을 계산할 때 높은 가중치를 부과한다. 유럽연합(EU)은 과징금으로 기업의 경제적 생존 능력이 박탈될 위험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과징금을 감액해준다. 또 일본은 제조업 기준으로 담합 혐의가 있는 중소기업에 관련 매출의 4%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해 대기업(10%)과 차등하고 있다.다만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강하다. 이번 밀가루 과징금이 향후 감액될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최종 의결서 작성 과정에서 과징금 액수가 변경될 수 있다. 또 기업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 감액되거나 심지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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