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독한 1분짜리 막장극에 빠졌다…마이크로 드라마 홀릭 [스페셜리.....
전과자라고 무시했던 남편이 알고 보니 재벌 회장? 한류스타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이 각성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천재 아기가 무너진 엄마의 인생을 뒤집는다?설정만 보면 황당하다. 전개는 더 빠르다. 인물 소개는 자막 몇 줄로 끝난다. 첫 장면 5초 안에 배신,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이 터진다. 한 회차 길이는 1~3분 안팎. 지하철 두 정거장만 지나도 여러 편을 볼 수 있다. 이 짧은 드라마가 콘텐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숏폼 드라마 또는 숏드라마라고도 부르고, 영미권에서는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맞춰 제작된다는 의미에서 ‘버티컬 드라마(vertical drama)’라는 표현도 쓴다.마이크로 드라마는 기성 드라마를 잘게 잘라낸 형태가 아니다. 처음부터 모바일 화면과 회차별 결제에 맞춰 설계된다. 초반 무료 회차로 시청자를 붙잡은 뒤 이후 회차부터 결제를 유도한다. 첫 회부터 갈등을 터뜨리고, 회차마다 반전과 위기를 압축해 넣는다. 마지막 장면에는 다음 회차가 궁금해지는 장치를 둔다. 시청자는 “한 편만 더”를 반복하다 어느새 수십 회를 넘긴다. 김인애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마이크로 드라마는 강력한 절단점을 통해 반복 시청을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시장도 빠르게 커진다. 시장조사 업체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는 글로벌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 규모가 2023년 50억달러(약 7조6700억원)에서 2030년 260억달러(약 39조905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160억달러(약 24조5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토종 마이크로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에서 최근 흥행한 콘텐츠들. 두 드라마 모두 글로벌 누적 조회 수 2000만회를 훌쩍 넘겼다. (비글루 제공)中 도우인서 시작해 전 세계로AI 결합하며 새 콘텐츠 쏟아져마이크로 드라마가 가장 먼저 커진 곳은 중국이다. 마이크로 드라마는 2018년께 중국 숏폼 플랫폼 도우인에서 등장한 뒤 빠르게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도시 봉쇄와 모바일 콘텐츠 소비 증가가 맞물렸다. 2022년 336편이던 중국 마이크로 드라마 작품 수는 2024년 3만6400편까지 늘었다. 시청자는 6억6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소재는 자극적이다. 불륜, 복수, 재벌, 계약 결혼, 출생의 비밀, 신분 감추기 등이 반복된다. ‘후줄근한 남편이 알고 보니 억만장자’ ‘가난한 사위가 사실은 회장님’ 같은 설정은 현실성보다 즉각적인 쾌감을 노린다. 짧은 시간 안에 갈등을 터뜨리고, 회차 말미에는 다음 편이 궁금하도록 장면을 배치한다.수익 구조는 정기 구독 방식 OTT보다 모바일 게임에 가깝다. 초반 에피소드는 무료로 보여주고 이후 내용을 보려면 광고를 보거나 코인을 결제하게 한다. 일부 플랫폼은 구독 모델도 병행한다. 가격은 편당 300~7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시리즈를 끝까지 보려면 2만~3만원 안팎이 드는 구조다.중국 플랫폼의 해외 진출도 빨라졌다. ‘릴숏’ ‘드라마박스’ 같은 중국계 플랫폼은 중국 드라마를 번역해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지 배우, 작가, 감독을 고용해 미국·동남아 시장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 중국 당국도 마이크로 드라마를 새로운 디지털 문화 수출 산업으로 보는 분위기다.비글루·레진스낵…한국도 참전OTT·영화 배급사도 뛰어들어중국에서 먼저 커진 마이크로 드라마 열풍은 미국, 일본, 동남아, 한국으로 번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글루’ ‘숏챠’ ‘레진스낵’ ‘칸타’ 등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했다.센서타워가 지난 2월 발행한 리포트에 따르면, 올 1월 한국 숏폼 드라마 앱 시장은 역대 최고 월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한국이 전 세계 4위 수준의 월매출 비중을 차지했다.다만 아직 국내 시장은 외산 앱 중심이다. 드라마박스와 드라마웨이브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시장을 이끈다.이 가운데 한국산 앱으로 존재감을 키운 곳이 비글루다. 스푼랩스가 운영하는 비글루는 2024년 7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한국 시장 월매출 기준 자체 최고 순위인 3위를 기록했다. 상위 10위권 안에 든 유일한 한국산 앱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비글루 관계자는 “중화권 업체가 장악한 시장에서 상위 10위권에 든 점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지난해 매출은 2024년 대비 10배 성장했고, 주요 히트작 조회 수는 수천만 회 단위”라고 설명했다. 비글루 오리지널 콘텐츠 ‘말할 수 없는 나의 신부’는 글로벌 누적 조회 수 2598만회, ‘오늘 한류스타와 이혼하겠습니다’는 2322만회, ‘천재 아기의 인생 역전’은 1667만회를 기록했다.비글루의 강점은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다. 센서타워는 비글루 다운로드가 한국 39%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등에서 발생하고, 매출은 한국 49%, 미국 23.5%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준 비글루는 25~34세 비중이 34.2%로, 35~44세 중심의 드라마박스·드라마웨이브보다 젊은 층 비중이 높다. 비글루 관계자는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가 강점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일본어 작품을 제작 중이고, 미국에서도 현지 기획 PD들이 영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웹툰 IP 강자도 가세했다. 키다리스튜디오 자회사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한국·미국·일본에서 숏드라마 플랫폼 ‘레진스낵’을 동시에 선보였다. 레진스낵의 무기는 레진코믹스와 봄툰이 보유한 웹툰·웹소설 IP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을 만든 이병헌 감독은 ‘애 아빠는 남사친’으로, ‘왕의 남자’ ‘동주’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아버지의 집밥’으로 숏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국내 OTT도 숏폼 드라마를 새 전략으로 내세웠다. 토종 OTT 플랫폼 왓챠는 2024년 9월 마이크로 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챠’를 선보였다. ‘막힘없는 스토리 질주’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티빙은 앱 내 쇼츠 탭을 열고 자체 제작 숏폼 콘텐츠 ‘티빙 숏 오리지널’을 선보이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7월 드라마박스와 손잡고 숏폼 드라마 공모전을 열었다. 네이버와 LG유플러스 등도 숏폼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콘텐츠 플랫폼 리디는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먼저 ‘칸타’를 선보이며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을 시험 중이다. 칸타는 웹툰·웹소설의 인상적인 장면과 분위기를 짧은 숏드라마·미니시리즈 형태로 구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리디는 칸타를 일본 내 글로벌 숏콘텐츠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리디 관계자는 “K숏드라마가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칸타에 공개되자마자 연달아 상위권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기존 제작사와 배급사도 움직인다. 영화 ‘파묘(2024년)’ ‘택시운전사(2017년)’ ‘암살(2015년)’과 시리즈물 ‘이태원 클라쓰(2020년)’ ‘살인자ㅇ난감(2024년)’ 등으로 알려진 쇼박스는 ‘브라이덜샤워: 사라진 신부’와 ‘망돌이 된 최애가 귀신 붙어 찾아왔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글루, 드라마박스와 콘텐츠 공급 업무협약도 맺었다. KT스튜디오지니가 공개한 ‘청소부의 두 번째 결혼’과 ‘자만추 클럽하우스’는 드라마박스와 릴숏에서 인기 1위를 기록했다. K팝 아티스트를 앞세운 킷츠도 NCT 제노·재민이 출연한 ‘와인드업’을 공개했다.마이크로 드라마 폭풍 성장 배경짧아진 시청 습관이 키운 새 시장마이크로 드라마가 성장하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달라진 콘텐츠 소비 방식이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에 익숙해진 시청 습관 위에서 자랐다. 30초짜리 영상에 익숙한 이용자에게 1~3분짜리 드라마는 낯선 형식이 아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가볍게 넘겨볼 수 있는 콘텐츠다.방송통신위원회·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표한 ‘202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숏폼 이용률은 70.7%로 전년 대비 12.6%포인트 늘었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시청 시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에서도 숏폼이 41.8%로 1위를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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