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회생기로] 범한산업의 베팅…'공급망 플랫폼' 가치 재조명
범한산업의 STX 인수가 법원의 허가로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딜에는 정영식 범한산업 회장의 안목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회생절차와 공개매각 유찰로 시장의 관심이 낮아진 가운데 STX의 장기가치에 베팅했다는 점에서 범한메카텍(옛 두산메카텍) 인수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저평가 자산 발굴…범한산업식 M&ASTX가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인가전 M&A 절차를 밟는 가운데 범한산업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공개 경쟁입찰이 유찰되면서 범한산업이 자연스럽게 우선권을 확보했지만 이를 단순히 경쟁자 부재에 따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회생기업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STX의 가치에 주목하며 인수전에 뛰어든 선제적 판단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STX는 회생절차와 공개매각 유찰 이력 등으로 다수의 원매자들이 관망한 매물이다. 범한산업은 과거 범한메카텍 인수에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보였다. 2020년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당시부터 매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플랜트 업황 부진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본격화된 것은 2022년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평가보다 장기가치에 무게를 두는 M&A 철학이 이번 거래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를 내놓았다.특히 정 회장의 판단이 이번 거래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실제로 공개입찰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기회가 생기자 범한산업 내부에서는 정 회장이 구상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범한메카텍이 자제개발한 액화수소 저장탱크 /사진=범한메카텍STX의 가치, 네트워크와 트레이딩 역량범한산업은 STX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범한메카텍 인수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범한산업이 범한메카텍에 주목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액화수소 저장탱크 기술이 있었다. 당시 관련 시장이 초기에 머물렀던 만큼 이 기술의 잠재력은 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다.반면 시장에서는 범한메카텍을 성장산업보다 업황 변동성이 큰 화공플랜트 기자재 업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여기에 탄소중립 기조 확산으로 전통 에너지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기업가치 역시 보수적으로 평가됐다. 결과적으로 범한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인수를 추진할 수 있었다. 범한메카텍의 매출은 범한산업 편입 직전 2941억원에서 지난해 4151억원으로 뛰었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과 액화천연가스(LNG) 투자 확대가 본격화된 결과다.다만 이번 STX 인수는 범한메카텍의 사례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범한메카텍이 수소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제조·기술역량 확보였다면 STX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개발 기능을 흡수하기 위한 투자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STX의 해외 거래선과 에너지·원자재 트레이딩 역량, 프로젝트 발굴 기능 등을 활용해 범한그룹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특히 STX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개발과 공급망 관리에 강점을 가졌다. 이에 범한그룹이 해외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에너지 공급망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아울러 제조 중심 사업구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원자재 조달 역량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의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초 STX 인수 이후 대규모 사업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STX의 핵심자산이 해외 거래선과 사업개발 역량이라는 점에서 기존 조직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성장전략에 무게가 실린다.범한산업 관계자는 "관계인집회와 법원 인가 등이 마무리된 후 시너지 창출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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