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로 STX] 위기의 전조 '3가지'
STX가 2018년 AFC머큐리를 만나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한 지 7년 만에 법정관리 위기를 맞았다. 이번 조치 전 크게 3가지 신호가 있었다. 우선 과거 대비 크게 악화된 유동성이 꼽히며 두번 째는 매출채권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결정적으로 신용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채권은행도 더 이상 STX가 자력으로 유동성을 회복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인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단기부채 집중, 현금흐름 압박 가중STX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시점은 2025년 12월 19일이다. 2014년 유동성 위기 당시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자율 구조조정에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법원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회생절차를 선택하며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이같은 조치가 이뤄지기 직전인 2025년 3분기 기준 STX의 자기자본은 742억원으로 자본금 775억원을 소폭 밑돌며 부분 자본잠식이 시작됐다. 이로부터 3개월 뒤 STX는 자본총계가 '음수'로 전환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그에 반해 2025년 말 기준 총 부채는 5105억원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차입금만 314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문제는 차입금 만기 구조가 과도하게 단기성 채무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는 총 3000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이 약 1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유동성이 상당히 취약한 수준으로 평가된다.2018년 산업은행에서 현 최대주주인 AFC머큐리(AFC코리아)로 손바뀜이 일어난 당시 STX의 유동성비율은 약 74%였다. 이 역시 100%에 미달해 우량하다고 볼 수 없지만 현재 유동비율이 35%까지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후 재무상태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평가된다.단기차입금은 대체로 유산스 거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산스는 수입자에게는 결제 유예를, 수출자에게는 조기 현금화를 가능하게 하는 무역금융 방식다. 거래 규모가 큰 트레이딩 회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결제·금융 수단이지만 의존도가 높을 경우 자금 부족 신호로 읽힐 수 있다. STX와 같이 회생절차에 돌입한 회사라면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매출채권 질 악화…손실충당금 확대지난해 말 기준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에 대한 손실충당금은 총 2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말 1608억원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매출채권에서 449억원의 충당금이 추가로 설정됐으며 기타채권에선 724억원이 추가됐다. 손실충당금이 늘어난다는 건 못 받을 돈이 늘고 있다는 신호다. 통상 고객사의 지급 능력이 저하됐거나 STX 자체적으로 보수적 회계를 적용할 때 이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STX의 경우 전자에 해당할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회수기일이 1년 초과된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이 2024년 약 100억원 수준에 그쳤다면 작년 약 140억원으로 증가했다. 또 손상징후가 발행한 채권 역시 2024년 2074억원에서 2025년 2577억원으로 확대됐다. 향후 현금 유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현금흐름 악화를 예고하는 선행 신호로 해석된다. 정책금융 연장 거절…신용 리스크 트리거이 같은 부정적 신호는 정책금융기관이 가장 먼저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은 STX에 대한 단기 금융 약정 갱신을 거절했다. 단기차입은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롤 오버(만기 연장)를 지원해주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산업의 안정성을 고려해 연장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산업은행이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추가적인 시간 확보만으로는 재무 구조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해당 차입금은 수입신용장(L/C)과 연계된 무역금융으로 추정된다. 차입금 연장 실패는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졌고 직후에 STX는 서울회생법원을 찾았다. 회생 신청은 '디폴트 트리커'로 기한이익 상실(EOD) 사유에 해당된다. 다만 실제 상환 조건은 향후 법원의 판단을 통해 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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