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둔갑' 영구채…SPC 통해 한도 뚫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 사진 = 아이스톡국내 금융권에서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 장기·후순위성 자산을 특수목적법인(SPC)을 거쳐 자산유동화대출(ABL)이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형태로 재구조화하는 우회 거래가 확산하며 규제 회피 논란이 커지고 있다.투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질 자산의 성격과 표면상 자산의 형태를 다르게 세탁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이 이러한 관행을 사실상 방치해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모 영구채 시장에서는 고금리 조달 수요와 제2금융권의 운용 수요가 맞물리면서 SPC를 활용한 유동화 거래가 활발해졌다.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일부 제2금융권은 고금리 자산 확보 차원에서 영구채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만기 30년 이상 초장기 자산 편입 제한, 유가증권 투자 한도, 시가평가 부담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이 과정에서 SPC를 활용한 구조가 우회 수단으로 쓰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SPC가 신종자본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사채(ABS)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는 방식이다.과거 SPC 구조는 사모 발행의 투자자 수 제한을 피하기 위해 여러 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실질 기초자산인 영구채를 단기 유동화증권이나 대출성 자산처럼 재분류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자산 성격이 유가증권에서 대출이나 단기 유동화증권으로 바뀌면 금융회사 내부 한도와 리스크 관리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제2금융권이 유가증권 투자 한도나 시가평가 부담을 피하고 대출 한도를 늘릴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일부 금융사는 이런 구조를 통해 위험자산 투자 여력을 많게는 5배까지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문제는 표면상 상품 구조와 실질 위험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는 단기 유동화증권을 매입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기초자산이 후순위 영구채라면 발행사의 신용위험과 차환 위험을 함께 떠안게 된다. 발행사 유동성이 흔들리면 단기 상품으로 포장한 유동화증권도 부실화할 수 있다.최근 회생절차를 신청한 중앙그룹 계열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와 ABSTB 규모는 총 4414억원에 달했다. JTBC 관련 유동화증권은 1985억원, 콘텐트리중앙 관련 ABS는 1820억원, 메가박스중앙 관련 ABSTB는 609억원으로 파악됐다.특히 JTBC와 메가박스 등의 영구채를 변형한 ABSTB 물량은 일반 개인 고객들에게까지 분할 판매해 위험 부담이 확산됐다.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사후 점검만으로 유사 거래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 기초자산의 위험이 가려질 경우 기업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IB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를 단기 대출이나 사채로 둔갑시켜 금융사의 내규와 규제를 마비시키는 현상이 고착화됐다"며 "대형 금융그룹은 물론 회생 절차에 들어간 부실 기업까지 이 구조를 활용해 제2금융권과 개인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있어 실질적 위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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