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M&A 본능’…김홍국 하림 회장에 쏠리는 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전격 인수SSM 넘어 이커머스 공룡들과도 정면 승부 예고[비즈니스포커스]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한국경제신문김홍국 하림지주 회장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다. 저평가된 기업을 과감히 인수해 성장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앞세워 김 회장은 하림을 재계 30위권 그룹으로 키웠다. 이런 그가 또 한 번 M&A 승부수를 띄웠다.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을 통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품에 안은 것이다. 공격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주력 사업인 식품 생산과 제조, 해운·물류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유통망까지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림이 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린다.하림의 계열사 NS쇼핑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업부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최종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5월 7일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대한 영업양수도 본계약을 체결했다.실질적인 인수 구조는 NS쇼핑이 1000억원대 중후반의 부채를 떠안고 현금 1206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경우 한때 몸값 1조원까지 거론되던 매물이었으나 유통 시장 부진 속에 몸값이 낮아졌다. 이 틈을 타 김 회장 특유의 ‘저점 매수’ 본능이 다시 작동했다는 평가다. NS쇼핑은 잔금 납입과 정산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초까지 인수 작업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직계열화 마지막 퍼즐 맞추다하림그룹의 이번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 회장이 오랜 기간 공들여온 ‘식품-물류-유통’ 수직계열화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하림은 축산부터 가공까지 완벽한 식품 생산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러나 늘 아쉬웠던 점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채널’의 부재였다. NS홈쇼핑이라는 온라인 및 TV 채널은 갖추고 있었으나 대형마트나 SSM 같은 오프라인 거점이 없어 자사 식품 브랜드 제품의 판로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에 약 29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하림이 생산하는 닭고기는 물론 육가공품, 프리미엄 라면 및 가정간편식(HMR) 등을 중간 유통 마진 없이 곧바로 매대에 올릴 수 있게 된다.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는 직거래 창구가 생긴 것이다. 이로써 하림은 식품 생산부터 안방 식탁까지 연결하는 완전한 ‘식품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앞세워 이커머스 사업도 전개한다. 하림그룹은 현재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대규모 ‘양재 도시첨단물류센터’ 개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물류 내재화를 위해서다.앞으로의 계획은 이렇다. 양재 물류단지를 거대한 ‘중앙 물류 허브(Hub)’로 삼고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 퍼져 있는 300여 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을 ‘도심형 서브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산지나 제조공장에서 만든 신선식품을 양재 허브로 모은 뒤 도심 매장을 거쳐 스마트폰 주문 1시간 내에 소비자 안방까지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퀵커머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하림은 이 시스템이 안착하면 SSM을 넘어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공룡들과도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해결해야 할 무거운 과제도 놓여 있다. 우선 하림의 오프라인 유통 역량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사실 하림은 이번이 첫 SSM 도전이 아니다. 지난 2009년 ‘NS마트(700마켓)’를 통해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했으나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결국 2012년 이마트에 사업을 매각하고 철수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하림은 최고급 식재료를 내세워 라면과 즉석밥 등 HMR 시장에 도전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 HMR 사업에서 수년째 수백억원대 대규모 적자를 이어오는 상황이다. 불황 속에서 모두가 몸을 사릴 때 ‘역발상’으로 오프라인 유통 업체를 사들인 김 회장의 이번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승자의 저주’로 남을지 유통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오프라인 유통 업체를 손에 거머 쥔 김 회장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로 잠자던 M&A 본능을 깨운 그가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하림이 재계 30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도 김 회장의 독특하면서도 과감한 M&A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HMM 인수 재도전 가능성도김 회장은 11살 때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 돈으로 사업 밑천을 마련했다. 이를 발판 삼아 하림을 국내 육가공업계 1위 그룹으로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이 과정에서 사료와 식품 가공, 해운·물류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M&A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그간의 행보들을 보면 법정관리나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저렴하게 인수해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김 회장 특유의 전략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2001년에는 제일사료를 품었고 2007년 돈육가공업체 선진, 2008년 대상그룹의 축산물 사육 가공사업 부문인 팜스코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닭고기 중심이던 계열화를 양돈·사료까지 확장하며 국내 사료·축산 부문 부동의 1위 기업 기반을 다졌다.이후엔 해운·물류로 눈을 돌렸다. 가장 파격적인 승부수는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해운사 팬오션을 1조원에 인수한 딜이었다. 해운사를 사는 이유는 간단했다. 대규모 사료 및 축산 사업을 영위하는 하림은 매년 막대한 양의 곡물을 해외에서 수입해왔다. 외국 선사에 지불하던 해상 물류비를 팬오션을 통해 내부화함으로써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자는 구상이었다.당시 “닭고기 회사가 왜 해운사를 사느냐”는 시장의 의구심도 일었으나 김 회장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하림은 인수 직후 팬오션을 단숨에 흑자 기업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현재 해운업은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가 됐다.팬오션은 하림그룹에 인수된 해인 2015년 매출 1조7606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을 거뒀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5조4329억원, 영업이익 4919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시장에서는 김 회장이 팬오션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경험을 앞세워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하림은 지난 2024년 HMM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매각 측과의 최종 견해차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상황이다. 하림이 HMM까지 품을 경우 벌크선(팬오션)과 컨테이너선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 해운·물류 그룹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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