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운명 가를 2000억원…메리츠·MBK '책임론' 공방 격화

메리츠 “MBK·김병주 보증이 먼저”…1000억원 지원 조건 고수MBK “메리츠가 2000억원 전액 지원해야”…대주주 책임론 반박 ◆…사진=메리츠금융 제공.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운명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조달 여부에 달렸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자금 지원 조건과 책임 범위를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회생 절차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측에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방안을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이 7월3일로 다가온 만큼, 기한 내 구체적인 조달 구조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회생 절차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양측의 가장 큰 쟁점은 회생기업에 공급하는 신규 자금인 DIP 금융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고,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하느냐다. 메리츠금융은 1000억원을 지원할 수 있지만 MBK 본사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적법하고 유효한 보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자금은 이미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으며 보증 조건이 충족되면 즉시 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MBK는 홈플러스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은 1000억원이 아닌 2000억원이라며 메리츠가 최대 채권자로서 전액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는 메리츠가 2000억원을 대출할 경우 이 가운데 1000억원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갈등은 단순한 대출 규모를 넘어 홈플러스 부실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경영권을 행사해온 최대주주가 먼저 실질적인 자금 투입과 보증을 통해 회생 의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MBK와 김 회장이 재무 여력을 공개하고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메리츠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의 책임은 정부나 채권자가 아닌 MBK와 김병주 회장에게 있다"며 "수익은 사유화하면서 손실은 채권자와 사회에 떠넘기는 구조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메리츠는 김 회장이 거액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MBK도 대규모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1000억원 보증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회생 절차에서 채무자가 재산과 수입 내역을 공개하듯 홈플러스의 지배주주 역시 자금 여력과 책임 범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논리다. 메리츠는 MBK가 홈플러스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만 강조할 뿐, 지난 10여 년간 펀드 운용을 통해 거둔 수익과 보수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메리츠 측은 MBK의 주요 펀드들이 장기간에 걸쳐 상당한 수익을 올렸으며, 홈플러스가 포함된 펀드 역시 전체 기준으로는 일정 수준의 성과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K가 주장하는 손실도 실제 현금 유출이라기보다 투자자산의 장부가치 하락이나 평가손실 성격이 강하다는 게 메리츠 측 판단이다. 운용사가 자기자본으로 같은 규모의 자금을 직접 부담한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MBK는 펀드의 수익과 운용사의 현금 동원 능력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사모펀드 구조를 잘못 이해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투자 회수금의 상당 부분은 출자자에게 분배되며, 미실현 평가가치 역시 운용사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MBK는 김 회장의 개인 재산이나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논의의 본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수익을 둘러싼 공방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신규 운영자금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MBK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이미 약 4000억원 상당의 재정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의 현금 출연을 비롯해 기존 DIP 대출 보증, 자금보충약정, 일부 채권 포기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그러나 메리츠는 직접적인 현금 투입과 보증·자금보충약정, 채권 포기 등을 모두 같은 성격의 지원으로 합산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MBK가 확신한다면 MBK 본사와 김 회장이 신규 대출에 대한 보증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메리츠는 지난 25일 주주들에게 공개한 입장문에서도 보증 조건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홈플러스 추가 대출이 재무 건전성을 훼손하고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일부 주주의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1000억원 DIP 금융을 승인한 것은 홈플러스 납품업체와 영세 상공인, 임직원의 생계를 고려한 사회적 책임 차원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청산되는 것보다 회생을 통해 원리금을 회수하는 편이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담보와 보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대출을 집행할 경우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1000억원을 지원 한도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계열사별 이사회 심의 과정에서도 일부 안건이 부결되는 등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MBK와 메리츠는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발생할 경제적 이해관계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MBK는 청산 과정에서 메리츠가 연체이자를 포함해 5000억원대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메리츠가 회생보다 청산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메리츠는 장부상 연체이자와 실제 회수금액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반박했다. 회생이나 청산 과정에서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연체이자는 물론 원금 회수조차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체이자 증가는 수익 확대가 아니라 채권 부실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와 노동조합은 자금 지원이 늦어질 경우 파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메리츠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MBK가 1000억원 규모의 보증 의사를 밝힌 만큼 메리츠가 2000억원 전액을 우선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금조달 협상과 형사책임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MBK의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을 성사시키려면 주주와 채권자, 주요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합의가 필요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협상 구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회생은 어느 한쪽의 양보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대주주의 경영 책임과 채권자의 자산 보호 의무가 충돌하고 있어 법원이 제시한 기한까지 실효성 있는 자금조달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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