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 하마평…표심 가를 1순위 리더십은 '조정력'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전경 /사진 제공=은행연합회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차기 회장 후보에게 관심이 쏠린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으로 후보의 출신, 배경 등 스펙 보다는 회원사 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을 1순위로 지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통상 회장 임기 종료 2~3개월 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후임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조 회장의 임기가 11월30일 끝나는 만큼 이르면 9월 차기 회장 인선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겉으로 보이는 구도는 익숙하다. 민간 출신이냐 관료 출신이냐, 대형 금융지주 전직 회장이냐 정책금융기관 출신이냐의 문제다. 여기에 최근 금융 유관기관장 인선에서 KB금융그룹 출신 인사들이 두각을 보이면서 '특정 회사 쏠림'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은행권 내부의 셈법은 후보 이름값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엇갈리고 있어서다. 당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은행권 내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이번 인선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회원별 셈법 갈린다…스펙보단 리더십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다. 국내 은행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곧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특수은행 등 각 은행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은행연합회 정관상 이사회도 회장과 시중은행협의회, 특수은행협의회, 지방은행협의회, 인터넷전문은행협의회 대표 비상임이사 등으로 구성된다. 회장이 특정 은행군의 이해만 대변하기 어려운 구조다.지난 선임 절차를 봐도 승부처는 총회 표 대결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단계의 사전 조율에 가까웠다. 은행연합회는 2023년 10월30일 이사회에서 회추위를 구성하며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고 같은 해 11월10일 후보군 6명을 추렸다. 이후 11월16일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고 11월27일 23개 회원기관 대표가 참석한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총회는 물밑 조율의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에 가까웠던 셈이다.이번 인선에서 내부 조정력이 더 부각되는 배경은 은행별 현안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자본규제, 비금융업 진출, 디지털 신사업 확대에 민감하다. 지방은행은 지역금융 공급과 점포 축소, 수도권 쏠림 문제를 봐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플랫폼 규제와 혁신금융의 운신 폭을 따진다. 특수은행은 생산적 금융과 정책금융의 부담 배분에서 이해가 다르다.금융당국의 정책 방향도 이 같은 흐름을 키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업무계획에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국민성장펀드, 지방공급 확대 목표제, 생산적 금융 협의체 등 은행권의 역할이 커지는 과제도 함께 제시됐다. 은행권이 당국과 협상력을 확보하려면 먼저 내부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전국은행연합회 회장 선임 타임라인 정리 /그래픽=김홍준 기자후보군 이력 제각각…대표성 검증도 과제현재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이른바 금융권 '거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의 경력도 내부 조정력의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윤 전 회장은 KB금융 최초의 3연임 회장으로 9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은행 중심 수익 구조를 보험·증권·자산운용 등으로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금융그룹 안에서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를 함께 관리한 경험으로 해석된다.허 전 부회장은 시중은행 현장형 후보로 분류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은행장을 지냈고 취임 당시 고객 중심, 원팀 원펌, 디지털 혁신을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과 모바일뱅킹 고도화도 허 전 부회장 재임 시기 디지털 전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중은행 영업과 디지털 경쟁 환경을 이해한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지방은행·특수은행·인터넷전문은행을 아우르는 업권 대표성은 별도의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윤 전 행장은 정책금융형 후보에 가깝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기업은행장 재임 시기 코로나19 국면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전면에 세웠다. 이임식에서는 40만 소상공인 대상 10조원 긴급 저리자금 지원과 3년간 중소기업 대출 190조원 공급을 성과로 소개했다. 특수은행과 정책당국의 언어를 이해한다는 점은 강점이지만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확장 요구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KB금융 출신 인사들이 금융 유관기관장에 잇따라 거론되면서 대표성 논란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이 여신금융협회장으로 선임됐고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는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서도 윤 전 회장과 허 전 부회장 등 KB금융 출신 인사가 함께 거론되면서 금융권 유관기관장 인선의 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금융권에서는 쟁점을 특정 그룹 출신 여부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형 금융그룹 출신이 은행권 전체의 이해를 얼마나 넓게 대변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지역금융과 지방공급 확대가, 인터넷전문은행 입장에서는 디지털 규제와 플랫폼 경쟁이, 특수은행 입장에서는 정책금융 부담과 역할 조정이 중요하다.금융권 한 관계자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을 관료 출신과 민간 출신의 구도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후보군이 거론되는 단계인 만큼 회원은행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국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은행권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차기 회장에게는 출신 배경뿐 아니라 회원은행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량도 요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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