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은 묶이고 원가는 뛰고…한전·가스공사 '이중 부담'

정부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재무 정상화 난항환율·유가 상승에 한전채·미수금 부담도 확대정부가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동결하기로 하면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전력·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고환율과 국제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은 고스란히 에너지 공기업이 떠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전채 한도 축소 앞두고 자금조달 부담 커져2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력과 가스는 연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반면 판매가격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공공요금 성격이 강해 원가 상승분을 즉각 반영하기 어렵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환율이 상승하면 공기업의 부담이 먼저 커지는 구조다.한전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지만 최근 시장 환경은 계획 당시 가정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2025~2029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을 1383원, 브렌트유를 배럴당 67달러, LNG(JKM) 가격을 MMBtu당 11.5달러, 유연탄 가격을 t당 121달러로 가정했다. 하지만 26일 오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45원 안팎으로 한전이 재무계획에서 가정한 1383원을 160원 이상 웃돌고 있다. 브렌트유도 직전 거래일인 24일 종가 기준 배럴당 73.15달러를 기록하며 한전의 연간 가정치인 67달러보다 6달러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환율은 발전용 연료 수입 비용과 외화차입금 상환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국제유가와 LNG 가격은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시장금리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회사채와 외화채 발행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한전의 자금 조달 여건도 갈수록 녹록지 않다. 한전은 2022년 말 한전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의 2배에서 한시적으로 5배(긴급 시 6배)까지 확대하는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특례는 2027년 말 일몰될 예정이다. 요금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무 개선 속도가 더뎌질 경우 한전채 발행 여력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망 58조 투자…투자는 미룰 수 없다최근 한전이 2년4개월물과 2년10개월물 등 비정형 만기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도 자금조달 창구를 넓히고 만기 구조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향후 차환 부담에 대비해 특정 시기에 만기가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한전이 이런 대외 변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으로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향후 5년간 송·변전 설비와 배전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 총 58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 재생에너지 계통 연계 등을 위해 전력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재무 여건이 악화되더라도 투자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가스공사, 13조 미수금 여전한국가스공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가스공사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공급하면서 발생한 미수금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13조716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4조7857억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3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수금은 정부 정책에 따라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 차액을 향후 요금으로 회수할 자산으로 처리한 것으로, 실제 현금 유입이 지연되는 만큼 재무 부담으로 작용한다.여기에 환율 상승과 국제 LNG 가격 변동성까지 이어질 경우 원료 도입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LNG를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은 원가 증가로 직결된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스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만큼 미수금 회수 속도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도 요금 현실화 없이는 미수금을 본격적으로 줄이기 어렵고, 차입 확대와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전기·가스요금은 물가 안정의 핵심 수단이지만, 원가를 적기에 반영하지 못하면 적자 누적과 차입 확대가 반복되는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면서 "특히 AI 산업 육성과 첨단 제조업 지원을 위한 전력망 투자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무 여력이 약화될 경우 국가 에너지 인프라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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