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수출길 막히고… 산업유 가격 30% 급등”
중동사태 피해 현실화한 부산기업들원가 상승분 감당에 중소기업 ‘끙끙’알루미늄 등 원자재 수급 막혀 곤혹“지원대상 중동 수출기업서 확대해야”13일 부산상공회의소 8층 회의실에서 양재생 회장 주재로 ‘중동사태 관련 부산지역 기업 긴급 간담회’가 열린 모습. 부산상공회의소 제공중동사태로 촉발된 고유가 고환율 여파로 물류비와 원자재 상승 압박을 받는 부산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중동지역에 거래처를 둔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연쇄 피해에 노출된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철강 등 지역 제조기업 전반에 대한 다각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부산상공회의소는 13일 8층 회의실에서 양재생 회장 주재로 ‘중동사태 관련 부산지역 기업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중동사태가 지역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중동 수출기업 및 화학·물류 관련 기업의 임원급 인사 15여 명을 비롯해 부산시 기업정책협력관과 기업옴부즈맨 등이 참석했다.지역 기업들은 원자재와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호소했다. 광명잉크제조 이재등 사장은 “정부가 ‘석유 최고 가격제’를 시행했으나 산업유는 전혀 통제되지 않아 중동사태 이후 30%가량 올랐다”며 “지역 제조기업들은 수입한 원자재를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가 상승분 부담은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알루미늄 제조를 주로 하는 자동차부품 업체 디알액시온도 단가 급등의 위기에 직면했다. 디알액시온 제성우 팀장은 “모기업과 단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즉각 반영이 어려워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소규모 업체는 알루미늄 자체 수급도 힘들어졌다”고 우려했다. 금속 단조품 제조기업 태웅은 중동 거래 비중은 적지만,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수적인 가스 전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조원가 증가를 걱정한다.중동으로의 제품 수출이 막힌 지역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중동에 차량용·산업용 벨트를 수출하는 동일고무벨트의 진필우 부장은 “지난해 중동 수출로 1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냈는데, 당장 제품을 싣고 나갈 배를 확보하지 못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석유에 기반한 합성고무 원가도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중동에 차량 2000대(수출액 약 600억 원)를 수출했으나, 현재는 신차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르노코리아 김동진 통관팀장은 “부품 수입은 지난해부터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 조달 중인데, 해상운임 상승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이 크다.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문제를 돌파하려 한다”며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협력업체의 경우 두바이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애로가 많다”고 전했다.13일 부산상공회의소 8층 회의실에서 양재생 회장 주재로 ‘중동사태 관련 부산지역 기업 긴급 간담회’를 한 후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제공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오토닉스 이다정 과장은 “중국과의 단가 경쟁이 치열한데 물류비 상승으로 3, 4월 준비 물량을 수출할 수 없게 됐다. 환율 등락이 커서 (거래처와 계약할 때) 기준 환율을 잡기도 어렵다”고 말했다.중동에 수출하지 않더라도 직·간접적 피해에 놓인 지역 기업들에 대한 다각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성산업 이준호 이사는 “중동에 수출하지는 않지만 환율과 유가가 오르면서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지자체나 금융권에서 긴급자금을 지원·대출할 때 대상기업 기준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지역 기업들은 중동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유류세 인하 및 물류비 지원 등의 적극적인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부산상의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중동 국가의 석유 감산이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는 최근 3개월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중동 수출액은 7억9075만 달러로 전체의 5.6% 정도이며, 대륙별 수출 순위는 8대륙 중 5위였다. 수입액은 2억3173만 달러로 전체의 1.6%(8대륙 중 6위)다.부산상의는 지역 기업들의 중동 수출·입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유가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중동 리스크’가 지역 산업에 전방위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최근 중동사태는 유가 환율 해상물류 등 기업 경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외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현장의 애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기업들의 어려움을 정부와 관계 기관에 전달하고, 기업의 안정적인 경영과 수출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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