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뒤흔든 '웬디스 랠리'…한국 테마주와 무엇이 닮았나

레딧 한 게시물에 웬디스 장중 42% 급등, 밈 주식 열풍 재점화정치·초전도체 테마주 닮은 군중 심리…개인투자자 주의보 ◆…(사진=GPT5.5 제작)"웬디스를 구하자(Save Wendy's)." 레딧의 한 게시물이 한물간 미국 햄버거 체인의 주가를 장중 42%나 끌어올렸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웬디스 주가가 폭등하며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변동성을 이유로 거래를 일시 중단시켰다. 2021년 게임스탑으로 대표되던 '밈 주식(meme stock)'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실적이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힘으로 주가가 움직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테마주 현상과도 닮아 있다. "세이브 웬디스" 게시물에 장중 42% 폭등 24일 웬디스 주가는 장중 한때 42% 넘게 급등했다. 거래량이 폭주하면서 NYSE는 개장 직후 변동성을 이유로 거래를 일시 중단했고, 재개 후 주가는 8.89달러까지 치솟았다. 종가는 전날보다 25.7% 오른 7.86달러로,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루 거래량은 3개월 평균의 약 1483%에 달했다. 급등세는 이튿날인 25일에도 이어져 장 시작 전 거래에서 추가로 10% 넘게 올랐지만 -6.80%로 장을 마쳤다. 도화선은 레딧의 주식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 올라온 게시물이었다. "너무 늦기 전에 웬디스를 구하자"는 제목의 글이 큰 호응을 얻으며, 침체된 소비 브랜드를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띄우자는 분위기가 번졌다. 웬디스는 24시간 동안 레딧 거래 포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종목에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24일 웬디스 순매수 규모는 2012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고, 20일 평균의 50배를 웃돌았다. 명분은 CFO 선임, 실제는 '숏 스퀴즈' 표면적 명분은 경영진 교체였다. 웬디스는 23일 포트벨리 출신 스티브 시룰리스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취임한 밥 라이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포트벨리에서 주가를 500% 넘게 끌어올린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급등 폭은 단순한 인사 소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핵심은 공매도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웬디스 유통주식의 약 23%가 공매도 물량이다.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려 주식을 되사야 하고, 그 매수가 다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숏 스퀴즈'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1년간 36% 하락한 주가 ▲누구나 아는 브랜드 ▲높은 공매도 비중 ▲단순한 서사가 맞물린 전형적인 밈 주식 구도다. 반다리서치는 "공매도 과다, 짓눌린 소비 브랜드, 강한 SNS 호응, '웬디스를 구하자'는 단순한 서사 등 2021년 개인 주도 스퀴즈와 닮은 재료가 갖춰졌다"고 분석했다. 펀더멘털은 반대 방향... 1분기 매출 -7.8% 그러나 정작 회사 실적은 반대로 가고 있다. 웬디스의 2026년 1분기 미국 동일점포 매출은 7.8% 줄었고, 순이익은 1년 전보다 42%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매장 방문도 줄었다. 쇠고기와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성도 악화됐다. 시가총액은 12억 달러로 맥도날드보다 훨씬 작아, 집중 매수에 주가가 쉽게 출렁이는 구조다. 밈 주식의 한계도 분명하다. 게임스탑은 2021년 공매도 비중이 유통주식의 140%에 달해 폭발적 스퀴즈가 가능했지만, 웬디스는 23% 안팎이어서 상승 여력의 '수학적 천장'이 훨씬 낮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매수가 소진되면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 수준으로 되돌아가기 마련이다. 게임스탑 그리고 한국의 테마주 밈 주식은 2021년 게임스탑에서 시작됐다. 당시 게임스탑은 1월 한 달 680% 넘게 폭등했고, 레딧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면서 상징적 사건이 됐다. 이후 2월 들어 60%, 42%씩 폭락하며 거품이 빠졌다. 게임스탑은 2024년 '로어링 키티'로 불리는 키스 길이 3년 만에 복귀하면서 이틀 만에 약 180% 급등하기도 했지만, 곧 원래 가격대로 되돌아갔다. 웬디스도 처음이 아니다. 2021년 6월 패스트푸드 업체 최초로 밈 주식 지위를 얻으며 장중 26% 올랐다가, 공매도 비중이 낮고 실제 부실 기업도 아니어서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넬슨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펀드가 최대 주주로 지분을 늘리며 인수설까지 더해진 점이 다르다. 실적과 무관하게 군중 심리로 주가가 출렁이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익숙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밈 주식보다 '테마주'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2023년에는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 개발 주장에 덕성·신성델타테크·파워로직스 등 초전도체 테마주가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갔다. 과학적 검증과 무관하게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정치 테마주는 더 고질적이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는 후보의 고향, 학연, 인맥 같은 비재무적 연결고리만으로 수십 개 종목이 테마주로 묶여 급등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정치 테마주 60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전체의 72%에 달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은 시장 평균(67%)보다 훨씬 높은 87%였다. 미국의 밈 주식과 한국의 테마주는 출발점이 다르지만, 짓눌린 주가나 단순한 서사에 개인이 결집하고,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급등했다가 재료가 소멸하면 급락한다는 점에서 구조가 같다. 다만 이런 현상을 한국 증시 전반의 모습으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코스피 상승을 이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실적이 뒷받침된 주도주라는 점에서 테마주·밈 주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폭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며 2024년 영업이익 23조 원을 넘겨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증권가는 두 회사의 2026년 영업이익이 각각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주가 급등의 배경에 실제 이익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군중 심리로만 움직이는 테마주·밈 주식과는 구분된다. "마지막은 늘 좋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급등이 양방향으로 위험하다고 본다. 반다리서치는 "웬디스의 이번 급등이 비정상적인 개인 매수에 의한 것임을 데이터가 확인해준다"며, 장기적 지지를 받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뒤늦게 올라탄 투자자가 모멘텀이 식은 뒤 물량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는 경고다. 한국 금융당국도 같은 위험을 반복해 지적해왔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는 주가 급등락을 예측해 매매 시기를 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근거 없는 풍문에 따른 추종 매매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가 남긴 말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 적용된다. "테마에 올라탄 주식의 마지막 길은 언제나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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