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 PF 투자 장벽 높인다…'옥석' 가리기 배경은

서울 중구 생명보험협회 현판 / 사진=박준한 기자생명보험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를 줄이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PF 관련 투자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순히 PF를 줄이라는 신호보다 시행사의 자본력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우량 사업장'을 가려내겠다는 취지다.26일 생명보험 협회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안은 의견수렴과 규제심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사업성 평가에 반영하고 동일 차주에 대한 거액신용한도 규제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생보사들은 이미 PF 리스크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양생명은 PF 대출 규모를 1년 만에 1조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줄이며 위험자산 축소에 나섰다. 신한라이프는 대출 잔액 자체를 줄이며 리스크 노출을 낮추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생명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고 NH농협생명은 대체투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두며 자산 구조를 조정하는 흐름이다.보험 업계에서 말하는 '익스포저'는 보험사가 특정 자산이나 사업에 얼마나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지를 뜻한다. 최근 보험사들이 PF 익스포저를 줄이거나 자산 구성을 조정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당국은 투자 규모 자체보다 사업의 건전성과 자금 집중도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했다.당국의 이번 조치는 PF 건전성 규제 강화와 동시에 보험사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있다. 위험계수 조정 등으로 확보된 자본 여력을 생산적 금융과 대체투자로 유도하는 동시에 PF에서는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다.심사기준 핵심은 시행사 '자기자본'이번 개정의 핵심은 PF 사업성 평가에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반영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업 진행 상황과 분양 전망 등 정성적인 요소가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시행사가 사업비를 얼마나 직접 부담했는지가 평가 등급을 좌우한다.국내 PF 시장은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3% 안팎만 자기자본으로 투입하고 나머지를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 같은 고레버리지 구조가 부동산 경기 하락 시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개정안은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내년도 신규 취급 PF부터 적용되며 이후 5% 미만(2027년), 10% 미만(2028년), 15% 미만(2029년) 사업장은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2030년 이후에는 기준이 20% 미만으로 상향된다.자기자본 인정 범위도 구체화했다. 토지 취득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등 실제 투입 비용을 반영하고 PF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에 별도 예치한 자금(에스크로 예치금)도 일부 인정한다.생보 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건전성 제도개선방안을 반영한 것"이라며 "시행사의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하고 사업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초점은 '우량 사업장' 선별개정안에는 동일 차주 기준 자기자본의 10%를 초과하는 PF 신용공여 총액을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하는 거액신용한도 규제도 담겼다. 특정 시행사나 사업장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일각에서는 PF 투자 위축을 우려하지만 당국은 위험계수 조정 등의 과정을 거쳐 보험사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PF 전체를 줄이기보다 자기자본이 충분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재편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보험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PF 규모보다 시행사의 자본력과 사업 구조를 먼저 보는 심사가 일반화될 것"이라며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춘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의 투자 환경은 이전보다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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