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피하자"…기업간 교환 급증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되기 전경영권 방어할 수단 마련 분주사업연관 없는 주류-車부품사자사주 맞바꿔 우호세력 확보교환사채 발행도 1년새 2배 쑥3차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보유 중인 자사주 처분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교환사채(EB) 발행, 타사와 자사주 맞교환, 주가수익스왑(PRS) 계약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경영권 방어 수단을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EB 발행 규모는 4조7400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1조9878억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며, 증시 활황기였던 2021년(약 9200억원)과 비교하면 5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만 약 3조2000억원의 발행이 집중됐다.자사주를 기초로 한 EB 발행 공시 건수 역시 지난해 49건에서 올해 118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달에도 신풍제약(약 68억원), 조광페인트(약 115억원), 대창(약 120억원) 등이 자사주를 기반으로 EB를 발행했다.이 같은 현상은 하반기 들어 1·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자사주 처분 의무화'가 본격화되기 전 기업들이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내년 초 통과될 전망인 3차 상법 개정안은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며, 기존 보유분도 유예기간 6개월을 포함해 1년6개월 안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자사주 기반 EB는 신주 발행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방어의 우회로로 쓰인다는 지적이 많다. 자사주가 EB를 통해 제3자에게 넘어가는 순간 정지됐던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를 우호 세력에 배정할 경우 최대주주는 별도 비용 없이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기업 간 자사주 맞교환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광동제약은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여의치 않자 휴메딕스, 대웅과 주식을 교환했다. 사업적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 간 교환도 포착된다.지난 15일 주류 기업 무학과 자동차 부품사 삼성공조가 41억원 규모 자사주를 맞바꿨다. 지난달 완구 기업 오로라월드는 아웃도어 기업 동인기연과 자사주를 교환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 가치를 높이는 대신 타 기업과 교환해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PRS 활용도 급증세다. 올해 9월 바이오플러스는 PRS 계약을 통해 자사주 96%를 처분했으며, 티와이홀딩스도 지난 8월 약 176억원 규모 PRS 계약을 체결했다.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PRS 신규 계약 금액은 지난해 4조140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9월까지 이미 7조원을 넘어섰다.PRS는 기업이 금융사에 보유 주식을 매각하되 향후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회계상 부채 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하지만 실질적인 차입임에도 재무제표상 부채비율 산정에서 빠져 재무건전성 지표가 부정확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EB 발행 공시 규정을 정비한 데 이어 PRS 계약에 대해서도 공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처분이 의무화되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자사주를 외부로 넘겨 의결권을 살려두려는 기업들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교환사채(EB)발행회사가 보유한 타사 주식이나 자사주 등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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