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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형의 뷰파인더]나홀로 실적 꺾인 우리금융임종룡 회장, 묘수인가.....

우리금융지주한경비즈니스2026.06.24 00:00

건전성 목표 달성 위해우리은행 기업대출 축소이례적 자산재평가 추진결국 임 회장이 성과 내야한국에서 은행업을 하려면 금융당국의 라이선스(인가)를 받아야 한다. 시중은행 인가를 받으려면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함께 최대주주 지분 10% 등 요건을 갖추고 엄격한 심사도 받아야 한다. 시중은행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이 마지막이다. 사실상 신규 사업자 진입이 막힌 독과점 형태의 은행업은 이익 흐름도 비슷한 편이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가 많은 2분기(4~6월)와 3분기(7~9월)는 실적이 좋고 차주들이 갚지 못한 부실 대출을 떨어내는 4분기(10~12월)에는 실적이 나쁜 편이다.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실적 흐름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1~3월)는 그런 의미에서 예외적이었다. 우리금융만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어든 6038억원에 그치면서다. KB(+11.5%), 신한(+9.0%), 하나(+7.3%), NH농협(+21.7%) 등 나머지 금융지주는 모두 순이익이 전년보다 늘었다. 8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대했던 증권가에서는 우리금융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어닝쇼크’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나홀로 기업대출 줄어든 우리은행우리금융의 어닝쇼크는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실적 부진 탓이 크다.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이 뒤처진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90%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은행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16.2% 감소한 5312억원에 그쳤다. 1조원을 웃도는 이익을 낸 신한은행(1조1571억원), 하나은행(1조1042억원), KB국민은행(1조1010억원) 등 ‘빅3’는 물론이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6663억원)과 특수은행인 농협은행(5577억원)에도 뒤졌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 대손충당금을 포함한 해외법인 충당금 1380억원과 명예퇴직 비용 183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해외법인의 우발적 손실이나 매년 시행하는 명예퇴직 비용은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인 만큼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의 경영전략이 실패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개선하려고 CET1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리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확대를 억제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지적이다.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ABL생명 인수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작년 1분기 말 12.42%였던 CET1 비율을 2027년 말까지 금융당국 권고치인 1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CET1 수치가 높을수록 금융사 재정이 탄탄하고 주주환원도 잘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은 목표 시점보다 1년 이상 빠른 올 1분기 CET1 비율 13.6%를 달성했다. 문제는 방법이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우리은행이 지주사의 CET1을 떨어뜨리는 RWA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는 기업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은행 수익의 원천인 ‘이자이익’을 놓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올 1분기 말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50조11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하나은행(+7.3%), 신한은행(+6.2%), KB국민은행(+4.5%) 등은 모두 기업대출을 확대했다. 기업금융의 명가였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1999년 통합해 출범한 우리은행의 초라한 현실이다.우리금융은 1분기 어닝쇼크 이후 뒤늦게 기업대출 확대 등 공격적인 영업 확대 카드를 꺼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핵심 경영진을 소집해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전국 주요 점포를 찾아 영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우리은행이 지난 5월 19일 우대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는데 이를 두고 대출규제 등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도권의 한 우리은행 지점장은 “본점에서 RWA 증가 우려로 대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이제 와서 ‘왜 대출 열심히 안 늘렸느냐’고 윽박지르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오락가락하는 우리은행의 영업 전략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선도 싸늘하다. 장기적인 추세에 따라 움직이는 은행업의 본질을 간과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재무담당 임원은 “은행의 이자이익은 과거 대출 자산에서 80%가 나오고 그해 신규 대출 자산 몫은 20%에 그친다”며 “대출 자산을 제대로 쌓아놓지 못하면 수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산 재평가로 장부가치만 껑충정작 우리금융이 올 1분기 말 달성한 CET1 비율 13.6%를 두고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자본 확충이 아닌 장부상 이익인 토지 자산 재평가 효과로 CET1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토지 자산 재평가는 일반적으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부채비율 축소와 신용도 개선 등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차원에서 하는 게 대부분이다. 2024년 화학과 건설 계열사 부실로 촉발된 유동설 위기에 대응해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 롯데그룹이 대표적이다. 토지 자산 재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기업에 부정적 이슈라는 얘기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비롯한 그룹 토지 자산을 재평가했다. 그 결과 1조7799억원이었던 토지 장부가액은 4조2484억원으로 138.7%나 껑충 뛰었다. 우리금융은 이를 통해 1조7919억원을 자본으로 유입했고 여기서만 60bp(1bp=0.01%포인트)의 CET1 비율 개선 효과를 냈다. 작년 말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이 12.9%인 것을 감안할 때 전체 상승분 70bp 중 85.7%(60bp)가 땅값 가치가 오른 효과인 셈이다. 우리은행의 영업력 저하를 불러온 RWA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토지 자산 재평가 잉여금은 회계상 효과일 뿐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금융도 1분기 보고서 주석에서 “토지의 재평가로 인식된 재평가잉여금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런 방식의 CET1 개선을 진짜 주주환원 여력 확대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우리은행의 소극적 영업과 우리금융의 토지 자산 재평가는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킨다. 바로 임종룡 회장의 연임이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지난해 12월 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증권업 진출과 보험사 인수를 통한 종합금융포트폴리오 완성과 보통주 자본비율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증권, 보험 등 비은행업 강화를 이뤄냈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금융의 취약한 자본력의 한계를 돌파하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결국 임 회장에 대한 평가는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생명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실적에 달려 있다. 하지만 증권업을 키울수록 RWA 증가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고 올 1분기 동양생명 순이익이 250억원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임 회장은 2014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당시 NH투자증권을 인수해 NH농협금융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경험이 있다. 임 회장의 이번 승부수가 연임 목적이었는지,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지는 2029년 3월 그의 임기가 끝날 때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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