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호재가 오늘은 악재…코스피, 극심한 혼돈 왜?

이번 주 폭락 신호 ‘서킷브레이커’ 두 차례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검은 화요일’에 이어 ‘검은 금요일’이다. 코스피가 8% 이상 폭락할 경우 발동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이번 주만 두 차례 발동했다. 하루 걸러 급등락이 반복되는 극심한 증시 변동성에 그동안 꿋꿋하던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 전망도 급격히 흔들리는 분위기다.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81% 급락한 8411.2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1.31% 내린 8813.18에 출발해 급격히 하락 폭을 키웠다. 장중 8% 이상 폭락하며 낮 12시10분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들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발발했던 3월 두 차례 발동했고, 지난 8일과 23일 발동해 이번이 5번째다. 역대 11번째이고, 기존에는 한 해 두 번 발생(2000년, 2020년)이 최대였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코스피를 이끌던 반도체 대형주 관련 종목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5.30% 떨어진 33만9500원, 에스케이하이닉스는 8.36% 급락한 267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최대주주인 에스케이스퀘어와 그룹 지주사인 에스케이는 각각 9.43%, 5.01% 떨어졌다.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생명과 삼성물산도 각각 3.24%, 4.72% 떨어졌고, 우선주는 6.17% 급락했다.전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깜짝 호실적 발표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메모리 수요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퍼지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종의 주가를 대폭 올렸지만, 간밤 그와 반대되는 징후가 미국 증시에서 포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져 전자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란 예측은 오히려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애플(-6.12%)과 마이크로소프트(-3.46%)의 제품가격 인상이 그 신호탄이 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46% 하락했다.오픈에이아이(AI)가 기업가치 1조 달러 수준의 투자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업공개(IPO)를 이듬해로 연기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데 한몫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기술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입됐다”며 “동시에 인공지능 관련 기업가치와 투자 수요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며 투자심리도 빠르게 위축됐다”고 분석했다.국내 증시의 경우 특히나 반도체 대형주에 투심이 몰려있다는 점이 변동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여기에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며 개인 수급이 더욱 쏠리게 됐단 것이다.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주가 등락이 지수의 주가등락과 연동되는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와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된 상장지수펀드 패시브(지수 추종) 수급까지 겹치며 작은 노이즈에도 매도 압력이 크게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곱버스(기초지수의 수익률을 반대로 2배 추종)를 제외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14종은 평균 14.65% 급락했다.이에 증권가 일각에서는 위험관리를 위해 기존 인공지능·빅테크 주도주 비중을 조절할 때라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내놓기 시작했다. 양형모 디에스(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은 발전하고 인프라는 깔리고 있지만 문제는 주식시장이 장밋빛 베스트 시나리오를 너무 미리, 한꺼번에 가격에 선반영했다는 데 있다. 6월부터의 조정은 그 간극을 좁히며 숨을 고르는 과정”이라며 “따라서 ‘많이 빠졌으니 사야지’ 식의 대응은 당분간 자제하는 것이 좋은, 가성비 떨어지는 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이 각각 4조6천억원, 3조7천억원 순매도(매도에서 매수 뺀 금액)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만 총 4조7천억원 순매도했다. 폭락장이지만, 개인은 8조1천억원 순매수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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