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대출 82조인데 韓 1000억…심사능력도 의지도 없어

■ 무너진 혁신기업 성장 사다리VC 지분 투자 대비 대출 1% 미만성장성·기술평가 없이 담보만 요구5년 생존율 36%…평균치 밑돌아코스닥 상장사 자금조달도 감소세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연합뉴스벤처기업 스케일업(규모 확장) 단계에서 투입되는 국내 벤처 대출 규모가 주요국 대비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자금을 제외하면 벤처 생태계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지 않다 보니 혁신기업들의 생존율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26일 하나금융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벤처 대출 규모는 530억 달러(약 82조 원)로 한국 벤처 대출 7000만 달러(약 1000억 원)와 비교해 약 750배 많았다. 영국과 일본도 벤처 대출 규모가 각각 40억 달러, 20억 달러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벤처 대출은 형식상 대출이지만 투자성 있는 지분을 받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은행 대출과는 다른 투자 방식이다. 초기 단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일업 단계에 투입되는 만기 3~5년짜리 무보증·무담보 대출이다. 벤처 대출이 활성화돼야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이후 후속 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는 여력을 갖출 수 있다.한국은 벤처 대출이 아닌 VC 지분 투자가 과도하게 쏠려 있는 상태다. VC 지분 투자 대비 벤처 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미국 24.6%, 영국 25%, 일본 24% 등으로 주요국이 비슷하지만 한국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유럽은 벤처기업에 대한 미래 가치를 평가하는 반면 한국은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라 벤처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사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벤처 대출 규모가 매우 작다는 것은 기술력이나 성장성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장 자체가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벤처기업들이 초기 투자를 받은 후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지분을 저가로 매각하거나 성장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신생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45.4%)를 밑돌고 있다.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은 VC들이 대출보다는 지분 투자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VC 지분 투자 말고도 벤처 대출 같은 투자성 대출이 많아져야 모험자본을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주식시장이 기업의 자본조달 창구로서 기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신규 상장(IPO) 이후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20년 코스닥 상장사가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1조 6370억 원이었다. 하지만 2022년 코스닥 상장사의 자본조달액은 1조 978억 원으로 줄더니 2023년 상장사 6140억 원, 2024년 상장사 1919억 원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장은 “코스닥에 상장하는 큰 목적은 자본조달인데 최근 자금조달 규모가 줄고 있다”며 “상장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금융 당국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나며 코스피지수가 8000~9000선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유통시장 기능에 치우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당국에서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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