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쏠림·레버리지의 부메랑…작은 노이즈에도 장중 9% 휘청

[서킷브레이커 이달만 세번째]삼성 -5.30%·하닉 -8.36% 급락시총 상위 50개 종목 모두 떨어져외국인 순매도 이달만 37조 육박분기말 리밸런싱 이벤트도 겹쳐전문가 “당분간 변동성 장세 불가피”최근 며칠 새 코스피가 하루 수백 포인트씩 급등락을 반복하며 국내 증시 변동성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마저 뛰어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로 쏠린 투자 자금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 수급이 더해지면서 작은 악재도 지수 급락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펀더멘털 악화보다 수급이 주도한 조정인 만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코스피지수가 26일 전 거래일 대비 519.09포인트(5.81%) 급락한 8411.21로 장을 마감했다.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에 이어 이달 들어 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코스닥은 36.44포인트(4.10%) 하락한 851.37에 거래를 마쳤다. 오승현 기자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19.09포인트(5.81%) 급락한 8411.21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전일 대비 8% 이상 급락하며 20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장 초반에는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걸렸다. 올해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총 29회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6회)를 넘어섰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6885조 3822억 원으로 하루 만에 425조 원 넘게 증발했다. 시가총액 상위주 50위권 내 상승한 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간밤 애플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됐고 오픈AI의 상장 추진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에 삼성전자(-5.30%)와 SK하이닉스(-8.36%)가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하지만 이들 이슈는 최근 급등한 시장에서 차익실현을 촉발한 심리적 계기에 가까웠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애플발(發) 뉴스는 투자심리를 흔든 정도”라며 “최근 한국 증시 비중이 커진 만큼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매도가 나온 것으로 분기 말 리밸런싱 영향도 작지 않다”고 분석했다.실제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 6522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36조 9583억 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 급등으로 글로벌 패시브 자금 내 한국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 분기 말 리밸런싱과 고환율 부담이 겹치며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8조 1710억 원을 홀로 순매수했다.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의 본질을 새로운 악재보다 반도체 대형주로 쏠렸던 투자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온 결과로 해석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면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현물뿐 아니라 단일종목 레버리지로까지 집중됐고 여기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까지 더해지며 수급 편중이 극심해졌다는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하락의 본질은 새로운 대형 악재보다 반도체 쏠림 포지션의 되감기”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된 패시브 수급이 맞물리면서 작은 노이즈에도 매도 압력이 크게 증폭됐다”고 분석했다.이 같은 구조에서 상승기에는 추격 매수가 상승 폭을 키우고 하락기에는 외국인 선물 매도와 프로그램 매매,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수요가 동시에 출회되며 낙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반도체 쏠림과 결합하면서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실제 이날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8.1%에 달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시가총액 쏠림이 구조적으로 깊어진 상태”라며 “동일 종목군에 패시브·액티브·파생 수급이 함께 얹혀 있다 보니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짚었다.이번 조정을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이나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둔화로 해석하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외국인 매도와 레버리지 수급이 맞물린 만큼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은 지양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이익 창출력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이번 조정을 펀더멘털 변화로 볼 필요는 없다”며 “수급 요인에 따른 단기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어 펀더멘털이 강한 업종과 종목 중심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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