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컨퍼런스콜 2번 진행한 속사정 [B급기자의 B급리포트]
![마이크론, 컨퍼런스콜 2번 진행한 속사정 [B급기자의 B급리포트]](https://imgnews.pstatic.net/image/215/2026/06/26/A202606260436_1_20260626200012309.png?type=w800)
3~5년 장기 공급계약 체결선수금 받고, 위약 조항도 포함"반도체 구조적 공급 부족은 지속"메모리 반도체 3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입니다. 최약체인 마이크론의 파워를 보면 나머지 2대장의 실력도 가늠할 수 있겠죠. 사진은 GEMINI로 만들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이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폭락하면서 "반도체 호황이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이례적으로 두 번 열었습니다. 보통은 한 번만 하는데 회사 임원들이 총출동해 한 번 더 마이크를 잡은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반도체 판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는데한시간으로는부족했기때문입니다. ● 반도체 농사꾼, 대형 식당과 '5년 계약' 맺다그동안 반도체 사업은 흔히 '사이클 장사'라고 불렸습니다. 반도체가 너무 많아지면 가격이 폭락해 적자를 보고, 반도체가 귀해지면 가격이 폭등해 떼돈을 버는 구조였습니다. 그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에 따라 농사꾼의 수입이 널뛰는 것과 똑같았죠.하지만 마이크론은 이번에 글로벌 대기업 16곳과 '전략적 고객 협약(SCA)'이라는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계약의 본질을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쌀 농사를 크게 짓는 농부가 국내에서 가장 큰 대형 식당 16곳과 '5년짜리 장기 납품 계약'을 맺어버린 겁니다. 기존에도 1년짜리 계약(LTA)은 있었지만 이번엔 기간을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크게 늘렸습니다. 현재 마이크론이 만드는 D램의 20%, 낸드플래시의 30% 이상이 이미 장기 계약으로 묶였습니다. 앞으로는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이렇게 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풍년이 들어 시장에 쌀이 넘쳐나고 쌀값이 떨어지더라도 농부는 걱정이 없습니다. 대형 식당들이 5년 동안 정해진 가격에 쌀을 사 가기로 도장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굶어 죽을 걱정이 없는 '최저 생계비 보험'을 든 셈입니다. 마이크론의 SCA 계약은 마치 농부가 대형 식당과 장기 계약을 맺은 것과 유사합니다. 장기 계약을 통해 업황 변동성을 줄이고 호황 사이클을 길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죠. 사진은 인공지능 GEMINI로 제작했습니다. ● "마음 바뀌어도 돈은 내세요"…독해진 계약서더 놀라운 것은 계약서에 담긴 세부 조건들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의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면서 고객사들에게 깐깐한 조건을 걸었습니다. △"돈부터 맡기세요"대형 식당들이 5년 동안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마이크론에 미리 맡겨둔 계약금만 우리 돈으로 수십 조원(180억달러)에 달합니다.△ "마음 바뀌어도 돈은 내야 합니다"'Take or Pay'라고 불리는데 강력한 위약금 조항입니다. 식당에 손님이 줄어 쌀이 덜 필요해지더라도 '처음 약속한 물량만큼의 돈은 무조건 다 내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대형 식당이 쌀값은 고스란히 지불해야 하니, 고객사 입장에서는 무서운 족쇄고 반도체 기업에게는 완벽한 안전장치입니다.△ "앞으로 주문 잔고도 공개합니다"앞으로 '주문받아 놨는데 아직 배달 안 한 물량(RPO)'이 얼마인지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건설사나 방산 기업처럼 미래에 벌어들일 돈, 수주 잔고를 미리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현재 마이크론에 쌓인 잔고만 1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벌면 거의 다 남는다…경이로운 마진 구조이 계약 장사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수익성'에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직전 분기보다 매출을 176억달러 더 올렸습니다. 이때 물건을 더 만드느라 쓴 재료비나 인건비(제조원가)는 고작 2억9500만 달러 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173억달러는 고스란히 회사의 순이익으로 연결됐습니다. 비율로 따져보죠. 새롭게 늘어난 매출이 100달러라면, 그중 98.3달러가 순이익으로 남는 구조가 펼쳐진 것입니다. 반도체 공장은 이미 다 지어놨고 기계 값 계산(감가상각)도 끝났기 때문에, 장기 계약으로 반도체 가격만 높게 유지되면 추가 비용 없이 버는 돈이 전부 이익으로 꽂히게 된 겁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80%' 신화 쓰나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메모리 반도체 쓰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향합니다.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이 이 정도로 갑의 위치에서 돈을 쓸어 담고 있다면, 1·2위인 국내 기업들의 성적표는 더 눈부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 다음 달 초로 예정된 2분기 실적 전망부터 기대가 됩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89조원, 영업이익률 51.2%로 지난 1분기(42.8%)보다 훨씬 수익성을 높였을 것으로 보입니다.SK하이닉스의 성장세는 더 무섭습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2분기 영업이익 63조원을 달성하며 영업이익률 76.5%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70조 7000억원까지 내다봅니다. 예측대로 흘러간다면 영업이익률이 80%에 육박하는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100원어치 팔아서 80원을 남기는 장사를 반도체 공장이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 잔치는 계속된다는데마이크론이 이번에 강조한 대목은 반도체 호황기가 생각보다 길어질 거라는 점입니다. 마이크론은 이번 설명회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조금 의역해보면. "반도체 기업들이 부지런히 공장을 짓고 있지만 실제 제품을 찍어내려면 빨라도 2028년은 돼야 한다. 그런데 그때가 돼도 쏟아지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AI 열풍으로 첨단 반도체(HBM)를 달라는 곳은 줄을 섰는데, 새롭게 공장을 지어서 반도체를 찍어내려면 최소 2028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신규 공장 증설 스케줄도 2027년 말이나 2028년에 맞춰져 있습니다. 결국 최소 2~3년 동안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구조적 공급 부족 상태가 이어진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 마이크론은 HBM 수요가 1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을 당초 2028년으로 내다봤는데 이 시점을 2027년으로 당겨잡았습니다. 수요 증가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처럼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가격 경쟁하던 치킨 게임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단단한 장기 계약을 무기로 반도체 기업들이 가격과 공급량을 주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발표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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