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과 깨끗한 물 찾아 일본으로 간 TSMC

공장 들어선 日남부 규슈 지역은원전 4기 있고 지하수도 풍부日정부는 속도전으로 파격 지원계획 발표 3년 만에 1공장 완공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현재 자국이 아닌 일본에 회로선폭 3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일본 남부의 규슈에 있는, 인구 4만4000여 명의 소도시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菊陽町)다. TSMC가 2024년에 준공한 제1 공장에 이어 2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반도체 전문가 사이에선 “세계 반도체 최강인 TSMC조차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 전력과 용수의 최적 공장 입지를 찾아, 대만을 떠나 일본까지 온 것”이라며 “벌써 제3 공장설(說)도 거론된다”는 말이 나온다.대만 TSMC가 2024년 일본 구마모토현에 준공한 반도체 공장. /뉴시스특급 지원 받은 TSMC 구마모토 공장 TSMC가 구마모토 계획을 발표한 건, 2021년 10월이다. 원칙과 절차를 강조하는 일본 행정에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딴판이었다. 6개월 지난 2022년 4월 착공했고 22개월 만인 2024년 2월 준공했다. 같은해 말 제2공장이 곧바로 착공됐다. ‘최첨단은 대만, 레거시(구형)는 일본’이라던 TSMC는 올 2월엔 당초 6~7나노 공정으로 설계한 2공장을 3나노로 설계 변경했다. 3나노는 현재 TSMC와 삼성전자가 선점 경쟁 중인 세계 최고 공정인 2나노의 직전 기술이다. 기쿠요마치가 TSMC의 최첨단 거점으로 부상한 것이다.일본 정부는 공장 건설에 온통 ‘예외’ ‘특급’ ‘원스톱’으로 지원했다. 농지였던 TSMC의 부지는 4개월 만에 공장 용지로 변경 승인됐다.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 걸리고 통상 2년 이상이 필요했지만 예외였다. 구마모토현은 TSMC 전담 부서인 ‘반도체 산업 강화 추진본부’를 신설했다. 환경영향평가, 용수 사용 허가, 도로 정비 등 복잡한 인허가를 한 번에 통과했다. 주말과 밤낮 없이 24시간 교대로 공장 건설 현장에 수천 명의 근로자가 오가는, 일본에선 보기 힘든 광경도 등장했다. 일본 정부는 1·2공장의 총투자 금액(약 3조4000억엔) 중 1조2000억엔(약 11조4000억원)을 TSMC에 보조금으로 지급했다.원전 4기와 지하수 6억㎥를 택한 TSMC 구마모토가 있는 규슈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전력이 남아도는 지역이다. 센다이원전 1·2호기와 겐카이원전 3·4호기 등 원전 4기가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11기가와트(GW)의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을 갖춘 지역이다. 일본 언론은 TSMC 1·2공장의 예상 전력 소비량을 약 500MW(메가와트)로 추정한다. 낮에는 남는 태양광 전력을 쓰고 다른 시간엔 원전의 전력을 쓰는 구조다.미세 회로 제작 과정에 필수적인 ‘깨끗한 물’도 풍부하다. 화산인 아소산 지하에 연간 총량 6억4000만㎥의 지하수가 있는 것이다. 비가 지하로 스며들 때 화산인 아소산이 자연 필터 역할을 해 식수로 쓰는 물이다. 현재 구마모토의 전체 주민과 농가, 산업단지는 연간 3억~4억㎥을 쓴다. 1·2공장을 합쳐도 연간 최대 920만㎥(추정)가 필요한 TSMC로선 물 걱정이 사라진 셈이다.TSMC의 아킬레스건은 전력과 물이 불안정한 대만 현지 상황이었다. 작년 9월 한 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TSMC의 일부 반도체 라인은 가동에 차질을 빚었다. 지하수 자원이 거의 없어 저수지를 활용하는 대만에는 비가 안 오면 곧장 물 부족에 시달린다. 2021년 가뭄 때는 급수 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TSMC는 급수차 수백 대를 동원해 물을 나르기도 했다. TSMC는 한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과 정부의 급수 제한 조치가 회사 운영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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