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까지 ‘구독’…완성차 수익 모델 바뀐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총 41만3049대로 작년보다 12.2%나 감소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신차 등록 비중은 각각 5.6%와 19.1%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30세대의 2016년 신차 등록 비중이 각각 8.8%, 25.9%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남짓한 세월에 반 토막이 났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청년이 준 걸까. 그렇지는 않다. 소유하는 대신 빌려 타는 자동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30 신차 등록 비중 10년 새 반토막 렌터카와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시장이 호황이다. 국내 렌터카 등록 대수는 이미 130만 대를 넘어섰으며, 시장 규모 역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주목할 점은 렌터카 시장의 ‘질적 변화’다. 과거 법인 위주였던 시장에서 개인 장기 렌트 비중이 48.2%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절반가량을 개인이 점령했다. 쏘카와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자 절반이 넘는 54.3%가 2030 세대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이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데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년 신차 가격은 오르는데 평균 자동차 가동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3000만원이 넘는 자산이 90% 이상 세워져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보험료와 세금·주차비·유류비·정비비를 합치면 한 달에 수십만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기성세대와 달리 20·30대 청년은 자동차를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자산으로 보기보다는 필요할 때 이용하는 이동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 100년간 자동차 산업의 성공 방정식은 더 많이 만들어 더 싸게 파는 ‘규모의 경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수요 회복은 더디고 그마저 관세와 고유가, 중국의 공세까지 더해졌다.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변화하면서 완성차 메이커(업체)의 성장 전략도 변화를 맞고 있다. 일정 수준의 마진을 남기는 판매에만 의존하기보다 렌트 등으로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요즘 완성차 업체의 신(新)수익 방정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매달 임대료를 받는 형태의 자동차 구독 서비스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기존의 리스(할부금융)·렌트에 일정 기간 사용한 뒤 자동차를 교체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월 이용료를 내고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에 한 번씩 새로운 자동차를 탈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리스·렌트는 기존의 캐피탈 등 금융사나 렌터카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진행됐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금융사나 렌터카 업체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식이어서 수익 방정식 자체가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렌트를 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 목적에 ‘자동차 대여 사업’을 추가한 뒤 최근 전기차 구독 서비스인 ‘360일 플랜’을 내놨다. ‘아이오닉 5’ 등 전기차 4대를 위약금·약정기간·선납금이 없이 1년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기존의 구독 서비스인 ‘제네시스 컬렉션’과 다른 점은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고 현대차가 직접 소유하면서 소비자에게 임대하는 형태라는 점이다. 기존의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렌터카를 운영하는 것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현대차는 보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장기 렌터카 채널을 활용해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 상승과 소비 성향 변화로 자동차 시장에서도 소유보다 이용을 점점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완성차 업체도 차량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구독과 렌트 등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을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정식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통한 수익화다. SDV 수익화는 자동차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완제품이 아니라 지속해서 개선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기존 차량은 출고 시점에 상품성이 대부분 결정되지만, SDV는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개선과 신규 서비스 추가가 가능하다. 내비게이션·음성인식·주행보조 기능 등이 소프트웨어와 결합하면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스마트 기기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미국의 테슬라다. 테슬라는 차량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OTA·Over-the-Air) 방식으로 고도화하고, 차량 기능을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다. 차량을 마치 스마트폰처럼 업데이트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인 테슬라는 올해 2월 완전자율주행(FSD) 일시불 구매 옵션을 폐지하고, 월 99달러(약 15만2000원)의 구독료 지급 모델로 전환했다. SDV는 특히 한 번 개발한 소프트웨어(코드)를 수백만 대의 차량에 추가 비용 없이 반복 배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SDV시장 2034년 7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 자동차를 많이 팔아야만 수익이 느는 기존 구조와 달리 이미 판매된 차량이 지속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앤 컴퍼니는 차량 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019년 31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역시 글로벌 SDV 시장이 2023년 270억 달러에서 2034년 7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SDV 시장에선 중국 스타트업이 테슬라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BYD·샤오펑 등은 전기차 경쟁력을 기반으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주행 데이터와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도 자체 운영체제(MB.OS)를 기반으로 테슬라를 추격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OTA를 탑재하고, 차량 판매 이후에도 고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SDV는 단순한 편의사양이 아니라 자동차 구조와 개발 방식, 수익 모델까지 바꾸는 산업 구조 자체의 대전환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문화와 협력 구조까지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느냐가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SDV 구독 모델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SDV 채택률이 높아지면 반대로 차량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매출 특성상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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