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에서 지옥으로…삼천당제약 미스터리 [스페셜리포트]
“2500억원 규모 지분 매각은 취소하겠다. 대주주로서 성실한 납세 의무를 이행하려 했던 순수한 의도였다. 악의적인 프레임에 갇혀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이를 철회한다.”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천당제약 본사. 최근 주가 급락 사태를 겪은 삼천당제약 전인석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비만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위고비 제네릭(복제약)으로 인정받았다”라며 “삼천당제약은 국내 최초로 점안제 제네릭을 수출한 기업이다. 기술력의 실체가 없다면 처벌을 받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삼천당제약은 간담회를 통해 ▲2500억원 규모 대주주 지분 매각 ▲S-PASS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S-PASS 경구용 인슐린 ▲미국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계약 등 의혹을 해소하려 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은 시장에서 제기된 숱한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취재진 수십명이 모였다.올 들어 지난 3월 30일까지 5배(400%) 치솟으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기자회견 직후에도 급락했다. 지난해 말 종가 기준 23만2500원이었던 삼천당제약 주가는 지난 3월 30일 118만4000원까지 치솟아 종가 기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후 ▲15조원 규모 계약 의구심 ▲한 블로거의 주가 조작 의혹 제기 ▲기술력 논란 등 숱한 의혹에 휘말려 주가는 5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전문가들은 삼천당제약 사태를 두고 코스닥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삼천당제약이 우후죽순 쏟아진 상장지수펀드(ETF) 수급 쏠림을 타고 시총 1위까지 질주하는 동안, 시장에서는 단 한 편의 분석 보고서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ETF 수급 쏠림을 경계하는 한편, 기업 공시 사후 규제 시스템 등으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4월 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전 대표는 자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명하며 “앞으로 최대한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간담회 불구하고 남는 의혹들석연찮은 대응 입길삼천당제약은 코스닥 역사상 극적 변동성을 보인 종목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연초 20만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3월 30일 장중 123만3000원까지 올랐다. 기폭제는 지난 3월 19일 공시였다. 경구용 인슐린의 유럽 임상 1·2상 시험계획서(IND) 제출 완료 공시에 이어 다음 날 한국투자증권이 목표주가 없이 내놓은 보고서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지난 3월 30일에는 미국 파트너사와 라이선스 계약 공시도 나왔다. 정점은 짧았다. 지난 3월 19일 공시 뒤 하루 만인 3월 20일 에코프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랐다. 이후 3월 31일까지 1위를 유지했지만, 숱한 의혹에 떠밀려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기술 실체와 계약 신뢰, 연구·개발(R&D) 인프라, 대응 방식으로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제한적인 연구개발 인프라와 석연치 않은 간담회 대응, 과한 법적 대응이 오히려 의문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의혹 1] 제네릭·S-PASS 진위 여부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S-PASS’ 플랫폼이다. 이는 인슐린과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치료제에 별도 물질을 결합해 주사제를 경구제(입으로 복용하는 형태)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삼천당제약은 S-PASS 플랫폼에 세마글루타이드와 인슐린을 각각 결합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경구용 인슐린을 개발해 상용화에 나선 상태다.삼천당제약 S-PASS 플랫폼 기술은 실체가 없다는 의혹으로 진위 여부가 입길에 올랐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논란을 불식시키려 지난 4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FDA로부터 제네릭으로 인정받아 추가 임상 없이 연내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FDA에 제출한 공식 논의 문서를 공개했다.이 대목에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문서가 FDA와 개발·허가 요건을 사전 협의하는 ‘Pre-ANDA’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제네릭 의약품 허가를 받으려면 정식 신청 단계인 ANDA를 통과해야 한다. Pre-ANDA는 그 전 단계다. FDA가 제네릭 인정을 위한 사전 미팅 요청을 승인했을 뿐 제네릭으로 인정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시판까지는 ‘ANDA 신청 →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BE) 통과 → 승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에 전 대표는 “제네릭이 아니라면 Pre-ANDA 미팅 접수 단계에서 거절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기자간담회 다음 날인 4월 7일 FDA가 Pre-ANDA 미팅 협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또, 삼천당제약 측은 경구용 약물 흡수를 돕는 물질인 ‘SNAC’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제형 특허를 회피해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SNAC은 노보노디스크가 2039년까지 특허권을 갖고 있다. 전 대표는 “삼천당제약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SNAC을 사용하지 않는 ‘SNAC-Free’ 구조”라며 “제네릭(ANDA) 트랙으로 분류됐다”고 강조했다. 특허 침해 없이 자율적으로 기술 활용이 가능하다는 특허법률사무소 의견서도 공개했다.그럼에도 삼천당제약이 S-PASS 플랫폼 기술 자체 특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는 전 대표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인정했다.단, 삼천당제약 측은 S-PASS·세마글루타이드·기타 부재료를 혼합한 기술과 S-PASS·인슐린을 혼합한 기술을 각각 특허로 등록했다고 강조한다. 또, 대만 위탁 연구 파트너인 서밋바이오테크가 대리 출원한 S-PASS 특허에 대한 권리도 주장한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4월 8일 대만 지식재산권청(TIPO)으로부터 서밋바이오테크가 2024년 대리 출원한 S-PASS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밋바이오테크 R&D와 인건비를 삼천당제약이 전액 부담하고 있어, S-PASS의 실질적인 소유권과 상업화 권리를 100% 갖는다는 게 삼천당제약 측 입장이다.[의혹 2] 美 계약 부풀리기?미국 파트너사와 체결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계약 또한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삼천당제약 공시에는 파트너사로부터 1억달러(약 1506억원) 규모 마일스톤과 향후 10년간 판매 수익의 90%를 받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수익 배분 조건이 이례적으로 삼천당제약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제품·기술을 제공하는 회사와 제공받는 회사가 이익을 비슷하게 나누는 5 대 5 배분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수익 분배 방식에서 마일스톤은 제품 공급 계약의 착수금 성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회성 기술 판매가 아니라 파트너사가 제품을 독점으로 판매해 발생한 매출을 지속적으로 공유받는 구조이므로, 9 대 1 배분 계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전 대표는 “파트너사가 목표 매출의 50%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계약 해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며 “삼천당제약이 주도권을 쥔 ‘바인딩(Binding)’ 조항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삼천당제약의 원료의약품 원가가 약 20달러(약 3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9 대 1 배분 계약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노보노디스크 등 경쟁사 원료의약품 단가는 100~200달러 규모다. 여기에 SNAC-Free를 통한 특허 회피도 가격 절감 요소다. 이에 따라 삼천당제약에 유리한 계약을 맺더라도 파트너사 역시 상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이런 수익 배분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회사는 주장한다.그럼에도 삼천당제약이 계약 파트너사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찜찜한 대목이다. 전 대표는 “특허는 등록되는 순간부터 모방의 위험이 따른다”며 “숨기는 것이 아닌 삼천당제약의 경쟁 전략”이라고 항변했다.[의혹 3] R&D 역량·인프라삼천당제약의 R&D 역량과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말 기준 삼천당제약 R&D 인력은 박사급 연구원 1명을 포함 35명 규모로 파악된다. 다른 제약사 대비 박사급 인력이 지나치게 적다. 대웅제약은 R&D 인력 271명 중 박사 80명, 유한양행은 459명 중 99명, 알테오젠은 112명 중 17명 등 여러 경쟁사는 두 자릿수의 박사급 연구 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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