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함께 책임지는 것”…KBI그룹, 아름다운 형제 승계
KBI그룹 새해 삼남 박한상 회장 체제로10년전 장남 박유상 은퇴 이어 차남 박효상 연말 회장직 은퇴3형제 우애로 평화승계 이어가1代 이어 2代까지 온 형제경영포목상서 車부품·소재 등 확장70년만에 매출 3조원 기업으로“아버지 대(代)에서 소중한 가치로 여겼던 형제 우애 경영을 대를 이어 잘 지켜내고 싶습니다.”국내 중견그룹인 KBI그룹을 이끌고 있는 3형제(장남 박유상 고문·차남 박효상 회장·삼남 박한상 부회장)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KBI그룹 본사 9층 전시관에 모였다. 선친인 고(故) 박재을 갑을그룹 회장대부터 현재까지 KBI그룹의 활약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날 3형제는 아버지의 역사가 남아있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회사가 잘 성장한 건 큰 형님이 잘 이끄신 덕분” “둘째가 참 잘 했다” “셋째가 우리보다 낫다”며 마음 속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했다. KBI그룹 본사 전시관에 모인 3형제. 사진 왼쪽부터 새해 KBI그룹 새 회장을 맡는 삼남 박한상 회장, 차남 박효상 현 회장, 장남 박유상 고문. 김재훈 기자29일 KBI그룹에 따르면 박효상 KBI그룹 회장이 올해 말 전격 사임하고 동생인 박한상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승계한다. 지난 2015년 박유상 당시 KBI그룹 회장이 한 살 터울 동생인 박효상 회장에게 직을 물려준 데 이은 두 번째 형제 승계다. 최근 재계에서는 가족간 승계 갈등이 빈번한데, 이들 3형제는 ‘늘 형이 스스로 먼저 물러나는’ 승계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재계 한 관계자는 “박효상 회장은 최근 자신은 형님이 맡긴 경영을 책임지고 해 온 것이니, 이제 동생한테 물려줄 때가 왔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말했다.KBI그룹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상으로 활동하던 고(故) 박재갑·박재을 형제가 1956년 공동 설립한 신한견직이 모태다. 섬유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1974년에는 형제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갑을(甲乙)’ 그룹을 탄생시키며, 형제 회사로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동생 박재을 창업주는 형님 사후에 갑을그룹을 조카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1987년 일부 계열사를 기반으로 갑을상사그룹으로 경영분리에 나섰다. 2019년에 KBI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현재 KBI동국실업, KBI메탈, KBI동양철관 등 상장사를 비롯해 총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3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우뚝 섰다. 특히 올해는 라온저축은행 인수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계약으로도 주목받았다.KBI그룹 관계자는 “삼형제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맏형 박유상이 그룹의 기반과 외형을 키우면 둘째 박효상은 해외사업개발로 발판을 만들고, 막내 박한상은 다음 단계의 그룹 도약을 책임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이번 결정은 오랜 기간 준비된 자연스러운 바통터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이같은 아름다운 형제 승계가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형제간 우애’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박유상 고문은 “아버지와 큰아버지 사이도 각별했는데 지금 우리 3형제에겐 아버지 세대의 형제경영 DNA가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며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모범이 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웃었다.일각에서는 ‘황금 분할’로 불리는 지주사 공동 소유 구조도 평화적 승계를 이끈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KBI국인사업은 장남 박유상 고문이 44%를, 차남 박효상 회장과 삼남 박한상 부회장이 각각 28%씩 소유하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이 다른 두 형제를 압도하는 지분을 가질 수 없는 구조로, 형제 간 합의와 신뢰를 전제로 경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KBI그룹 본사 전시관에 모인 3형제가 부친 고(故)박재을 창업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수출 훈장을 받고 있는 사진을 보며 웃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차남 박효상 현 회장, 장남 박유상 고문, 새해 KBI그룹 새 회장을 맡는 삼남 박한상 회장. 김재훈 기자박 고문은 KBI그룹 창업자인 선친 박재을 회장이 작고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24년 간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업종 다각화와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금도 동생들에게 경영 멘토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연말 물러나는 박효상 회장은 2015년 당시 맏형인 박유상 고문의 용퇴 덕분에 2015년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은 지난 10년간 섬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자동차 부품, 소재, 에너지, 건설, 의료 등으로 확장하고 해외 11개국에 생산기지와 영업망을 구축했다.새해 회장에 오르는 삼남 박한상 부회장은 현재 KBI메탈 등 그룹 내 핵심 제조·소재 계열사를 진두지휘하며 의료·건설 부문도 챙기고 있다. 갑을의료재단 이사장, 대한건설협회 경상북도회장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인연합회 기업경영협의회장도 맡아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전선·강관 등 미국 수출부터 텍사스 현지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까지 굵직한 프로젝트도 성사시켰다.박 부회장은 “수양산 그늘이 천리를 간다는 말처럼, 형님들 덕분에 이 자리에 왔고 더 열심히 하겠다”며 “내실을 잘 다져 장수하는 기업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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