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는 함께 책임지는 것"… KBI그룹, 아름다운 형제 승계
새해 삼남 박한상 회장 체제로10년전 장남 박유상 은퇴 이어차남 박효상 연말 회장직 은퇴1代 이어 2代까지 온 형제경영포목상서 車부품·소재 등 확장70년만에 매출 3조원 기업으로KBI그룹 본사 전시관에 모인 3형제. 왼쪽부터 새해 KBI그룹 새 회장을 맡는 삼남 박한상 부회장, 차남 박효상 현 회장, 장남 박유상 고문. "아버지 대(代)에서 소중한 가치로 여겼던 형제 우애 경영을 대를 이어 잘 지켜내고 싶습니다."국내 중견그룹인 KBI그룹을 이끌고 있는 3형제(장남 박유상 고문·차남 박효상 회장·삼남 박한상 부회장)가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KBI그룹 본사 9층 전시관에 모였다. 선친인 고(故) 박재을 갑을그룹 회장대부터 현재까지 KBI그룹의 활약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3형제는 아버지의 역사가 남아 있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회사가 잘 성장한 건 큰 형님이 잘 이끄신 덕분" "둘째가 참 잘했다" "셋째가 우리보다 낫다"며 마음속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했다.30일 KBI그룹에 따르면 박효상 KBI그룹 회장이 올해 말 전격 사임하고 동생인 박한상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승계한다. 2015년 당시 박유상 KBI그룹 회장이 한 살 터울 동생인 박효상 회장에게 직을 물려준 데 이은 두 번째 형제 승계다. 최근 재계에서는 가족 간 승계 갈등이 빈번한데, 이들 3형제는 '늘 형이 스스로 먼저 물러나는' 승계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KBI그룹은 대구 서문시장에서 포목상으로 활동하던 고 박재갑·박재을 형제가 1956년 공동 설립한 신한견직이 모태다. 섬유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1974년 형제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갑을(甲乙)그룹'을 탄생시키며,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동생 박재을 창업주는 형님 사후에 갑을그룹을 조카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1987년 일부 계열사를 기반으로 갑을상사그룹으로 경영 분리에 나섰다. 2019년에 KBI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현재 KBI동국실업, KBI메탈, KBI동양철관 등 상장사를 비롯해 총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매출 3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우뚝 섰다. 올해는 라온저축은행 인수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계약으로도 주목받았다.아름다운 형제 승계가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우애'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박 고문은 "아버지와 큰아버지 사이도 각별했는데 지금 우리 3형제에겐 아버지 세대의 DNA가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며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모범이 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금 분할'로 불리는 지주사 공동 소유 구조도 평화적 승계를 이끈 요인으로 본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KBI국인산업은 장남 박유상 고문이 44%를, 차남 박효상 회장과 삼남 박한상 부회장이 각각 28%를 소유하고 있다. 박유상 고문은 선친 박재을 회장이 작고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24년간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업종 다각화와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금도 동생들에게 경영 멘토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연말에 물러나는 박효상 회장은 2015년 박유상 고문이 용퇴한 후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박효상 회장은 지난 10년간 섬유 중심 사업 구조를 자동차 부품, 소재, 에너지, 건설, 의료 등 분야로 확장하고 해외 11개국에 생산기지와 영업망을 구축했다.새해 회장에 오르는 삼남 박한상 부회장은 현재 KBI메탈 등 그룹 내 핵심 제조·소재 계열사를 진두지휘하며 의료·건설 부문도 챙기고 있다. 박 부회장은 "수양산 그늘이 천 리를 간다는 말처럼 형님들 덕분에 이 자리에 왔고 더 열심히 하겠다"며 "내실을 잘 다져 장수기업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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