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장사 52개 소유 투자부동산, 시가총액 웃돈다 [시그널]
이화산업, 건물·땅이 시총 4.9배대부분 임대·시세차익 목적 보유신사업·R&D·M&A에는 소극적“일부 유동화로 투자재원 활용해야”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바라본 도심. 성형주 기자국내 상장사 52곳이 소유한 투자부동산 가액이 시가총액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투자부동산 가액이 큰 상장사 대부분은 신사업 진출이나 연구개발(R&D), 설비 투자, 인수합병(M&A)에도 소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유휴 자산을 정리해 보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입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주권 상장법인 2541개 중 52개는 최신 재무제표상 토지부동산 장부가액이 시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경제신문이 운용자산(AUM) 규모가 상위권인 국내 자산운용사와 공동으로 집계한 결과다. 자체 시행 사업이나 미분양 후 자산을 보유하게 된 다수의 건설사·유통업이 본업인 기업 다수는 집계에서 제외했다.투자부동산이란 기업이 단순 임대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소유한 부동산을 일컫는 회계 용어로 영업 활동에 쓰이는 유형자산과는 구분된다. 예를 들어 유통 기업이 상품 입출고를 위해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는 회계상 유형자산으로 계상되지만 제조 기업이 다른 기업에 단순 임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물류센터를 보유하면 이는 투자부동산으로 분류된다.코스피 상장사인 이화산업은 시총이 이날 종가 기준 419억 원이지만 투자부동산은 2043억 원으로 시총의 4.88배에 달했다. 이화산업은 산업용 염료 생산이 주력인 기업이다. 종속기업인 영화기업이 수도권 핵심 지역 다수에 건물과 토지를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주력 사업과는 무관하다. 이화산업은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주가는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4년 이상 1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투자부동산과 관련한 서울경제신문 질의에 이화산업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일부 기업은 사옥 매입에 시가총액보다 큰 금액을 지출하면서 투자부동산 가액이 늘어났다. 철강업을 주력으로 하는 동국제강이 대표적인 사례로, 동국제강의 시총은 이날 종가 기준 4633억 원이지만 투자부동산은 이보다 1.33배 큰 6164억 원에 달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서울 중구 내 오피스 건물인 페럼타워를 6450억 원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옥 대부분을 임대를 주고 사실상 임대업에 나섰기 때문에 투자부동산 가액이 높게 잡힌 것”이라며 “부동산 매입보다는 신사업 투자를 위해 재원을 사용했으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외에도 국내 증시 상장사 중 남성(코스피, 5.56배), 한국종합기술(코스피, 2.01배), 진양제약(코스닥, 2.04배) 등의 투자부동산 가액이 시총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 기업의 재무제표상 투자부동산은 대부분 현재 가치를 반영한 공정가치 모형이 아닌 취득 시 원가가 반영된 원가 모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과소 계상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다수 기업은 시총을 크게 웃도는 가치의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신사업·투자·R&D·밸류업에는 소극적으로 나서며 주가가 장기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영업 자산을 처분하면 시총 이상의 자금을 얻을 수 있는 것인데 이들 기업 상당수는 장기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도 소유 건물이나 토지를 처분하지 않았다.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비영업용 부동산을 유동화해 사업 고도화·확장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로부터 조달한 자본으로 수익을 창출해 돌려주는 것이 주식회사의 본질”이라며 “시총 이상의 부동산은 일부분이라도 정리해 생산적인 영역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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