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훈풍에 유턴한 SK…'알짜 매물' 매각 멈췄다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기조가 반도체 시장의 예상 밖 호황이라는 훈풍을 타고 급격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룹 전반의 경영 상황이 사실상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물로 내놓거나 지분을 정리하려던 반도체 밸류체인 자산들에 대해 180도 달라진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최근 시장의 이목을 끈 SK에코플랜트의 재무적 투자자(FI) 전면 정리와 SK실트론 매각 기류 변화는 이러한 SK그룹의 자신감이 반영된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반도체 기업 탈바꿈한 에코플랜트, FI '싹쓸이' 정리…수혜 독식 복안최근 SK에코플랜트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했던 FI들의 지분을 전량 매입하며 투자 관계를 청산했다.앞서 2022년 큐캐피탈파트너스(QCP)는 프리미어파트너스, 이음프라이빗에쿼티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SK에코플랜트에 총 8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올해 7월까지로 약속했던 상장(IPO)이 분식 회계 이슈 등으로 사실상 백지화되자 FI들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섰다.상장 무산에 따른 책임 공방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소송전까지 거론됐으나, 시간적·금전적 소모를 우려한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며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SK에코플랜트가 원금에 7% 중반대 내부수익률(IRR)을 얹은 1조500억원을 돌려주는 조건이었다.자본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상환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 '보통주' 투자자들에게도 이자를 얹어 투자금을 전액 상환해 줬다는 점이다. 이는 사실상 반도체 회사로 변신한 SK에코플랜트의 향후 실적이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그룹 최고위층의 확신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상장 지연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조기에 차단하는 동시에,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과실을 SK그룹이 온전히 독식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제는 효용 가치가 떨어진 FI들을 싹 다 정리하고 독자적인 반도체 밸류체인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라고 진단했다.'실트론 매각' 백지화 vs 몸값 띄우기…달라진 SK의 여유이 같은 맥락에서 SK실트론 매각 협상 역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그룹 내 긴축과 맞물려 두산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급물살을 탔으나, 현재는 SK 측의 입장이 상당히 느긋해졌다.가장 큰 요인은 그룹 핵심인 SK하이닉스의 강력한 요구다. 과거 웨이퍼 부족으로 심각한 생산 차질 트라우마를 겪었던 SK하이닉스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AI 밸류체인 내재화 및 강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을 그룹에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업황 부진에 시달렸던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당장 자회사를 헐값에 팔아야 할 재무적 압박도 크게 줄었다.이에 따라 SK그룹의 미래 경영 화두 역시 고강도 리밸런싱에서 AI 팩토리 구축 등을 필두로 한 '확장'으로 무게추가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다만 SK그룹은 SK실트론 매각 자체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 측은 두산과의 매각 협상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으며, 시장에 파다하게 퍼진 매각 무산설이나 사외이사들의 반대표 행사설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실제로 최근 열린 '뉴 이천포럼' 직후 SK실트론 매각 백지화가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으나, 매각을 주도해 온 SK㈜ 등 지주사를 중심으로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인 SK와 두산 간의 암묵적 합의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에 대한 평판 리스크가 존재하고, SK실트론의 총차입금이 3조원에 달해 그룹의 연결 재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본연의 목적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SK의 스탠스는 매각 철회보다는 펀더멘털 개선을 지렛대 삼아 실트론 가치 재산정을 통한 매각가 상향을 노리는 고도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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