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기] ⑫ 인간의 뇌를 닮은 칩 '뉴로모픽'
![[알쓸신기] ⑫ 인간의 뇌를 닮은 칩 '뉴로모픽'](https://imgnews.pstatic.net/image/138/2026/06/27/0002232282_001_20260627060013081.jpg?type=w800)
AI 알파고가 바둑 한 판 둘 때 '선풍기 5만 대'를 튼 이유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장벽은 높아만 갑니다. 산업 현장의 소식을 빠르게 전해온 <디지털데일리>는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기술의 세계를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로 '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시리즈를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일상을 움직이는 핵심 산업 기술을 하나씩 풀어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주>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엄청나게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답답하고 고지식한 방식으로 일한다. 컴퓨터의 속사정을 알기 위해 아주 쉬운 심부름 상황을 하나 떠올려보자.엄마가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거실에 있는 공책에 1을 더하는 계산한 한 후, 다시 거실에 놔두렴"이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면 컴퓨터는 어떻게 일할까?1. 먼저 방(연산 장치)에서 거실(기억 장치)로 걸어 나가 공책을 가져온다.2. 방 책상에 앉아 1을 더하는 계산을 한다.3. 다시 거실로 걸어 나가 공책을 제자리에 둔다.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쓰는 모든 컴퓨터가 일하는 방식이다. 계산하는 곳과 기억하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무리 간단한 계산이라도 고속도로를 왕복하듯 매번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데이터가 적을 때는 이 방식도 아주 빨랐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수천만 개로 늘어나자, 방과 거실을 오가는 고속도로가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컴퓨터는 열이 펄펄 나기 시작했고, 전기를 엄청나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컴퓨터인 '인간의 뇌'를 그대로 베껴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뉴로모픽 반도체'다.기업 간 거래(B2B) 인공지능(AI) 전문 기업 인핸스가 3월9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세돌 9단과 함께 AI에이전트 홍보를 위한 시연회를 개최했다.[사진=인핸스]◆ 알파고는 선풍기 5만 대 vs 이세돌 구단은 바나나 한 개?인간의 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위해 과거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의 바둑 대결을 다시 떠올려보자. 당시 알파고를 움직이기 위해 컴퓨터 수천 대가 동시에 돌아갔다. 이때 알파고가 쓴 전기는 약 170kW(킬로와트)였다. 중학생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바둑을 두는 내내 거실에 있는 선풍기 5만 대를 동시에 머리 위에 틀어놓은 것만큼 엄청난 전기를 쓴 셈이다. 컴퓨터가 방과 거실을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느라 전기를 낭비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알파고를 상대했던 이세돌 구단의 뇌는 어땠을까? 인간의 뇌는 겨우 20W(와트) 정도의 아주 작은 전구 한 개를 켤 만한 전력만 썼다. 대국 전에 먹은 바나나 한 개, 초콜릿 한 조각의 에너지만으로 선풍기 5만 대를 돌리는 알파고를 이겨낸 것이다.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할까?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방과 거실이 나누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뇌 속의 뇌세포들은 '계산'과 '기억'을 한자리에서 동시에 처리한다. 즉, 내 책상 위에 공책을 상시 펼쳐두고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글씨를 쓰는 것과 같다. 왔다 갔다 하는 통로 자체가 없으니 전기를 낭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바로 이 '바나나 한 개의 기적'을 반도체 칩 위에 그대로 흉내 내어 만든 칩이다.5월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부 석좌교수가 ‘두뇌의 재구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최종현학술회]◆ 일할 때만 켜지는 똑똑한 전등 스위치기존의 컴퓨터는 우리가 화면을 보지 않고 가만히 놔두어도 내부에서는 전기를 계속 쓰고 있다. 아무도 없는 빈 방에 전등을 하루 종일 환하게 켜두는 것과 비슷하다. 정보를 처리하든 안 하든 컴퓨터 내부의 시계는 계속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의 뇌는 아주 영리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날아오는 공을 발견했다고 해보자. 눈을 통해 '공이 날아온다!'라는 자극이 들어오는 그 짧은 순간에만, 머릿속에서 몸을 피하라고 명령하는 뇌세포들이 찌릿하며 번쩍 깨어난다. 공을 피해 가슴을 쓸어내리고 나면, 그 세포들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 전기를 쓰지 않는다. 즉, 필요한 순간에만 전등 스위치를 켜고, 일이 끝나면 바로 불을 끄는 방식이다.뉴로모픽 반도체는 이 전등 스위치 방식을 반도체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평소에는 칩 내부가 죽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손가락 터치나 목소리 같은 신호가 들어올 때만 그 부분의 회로가 켜져서 계산을 한다. 덕분에 기존 반도체와 비교했을 때 소비하는 전력의 양을 몇만 분의 일로 뚝 떨어뜨릴 수 있다. 전기를 거의 쓰지 않으니 배터리가 생명인 자율주행 자동차의 카메라나, 스마트폰 속에 들어가는 인공지능 비서에게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는 없다.스타워즈의 드로이드 'BD-1'을 닮은 디즈니의 소형 로봇부터 사람의 형태를 한 휴머노이드까지, 각기 다른 생김새의 로봇들이 엔비디아의 AI 두뇌를 탑재하고 무대를 장악했다. [사진=김문기 기자]◆ 자전거 타기처럼 쓰면 쓸수록 단단해지는 길인간의 뇌가 가진 마지막 비밀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처음 자전거 타기를 배울 때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엄청나게 고생하고 뇌도 에너지를 많이 쓴다. 하지만 며칠 동안 연습해서 자전거 타기가 몸에 익고 나면, 나중에는 친구와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뇌세포들 사이의 길이 자주 사용되면서 점점 넓고 튼튼한 '고속도로'처럼 변했기 때문이다.과거의 컴퓨터는 이 학습 과정을 사람이 짠 아주 복잡한 수학 프로그램으로 억지로 흉내 내야 했다. 반도체 칩 자체는 굳어 있는 돌멩이와 같아서, 프로그램이 수억 번 계산을 돌리며 칩을 쥐어짜야 겨우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별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컴퓨터가 터질 듯이 뜨거워지곤 했다.하지만 뉴로모픽 반도체는 칩 자체가 자전거를 배우는 인간의 뇌처럼 변한다. 반도체 내부에서 특정 신호가 자주 오가면, 그 통로의 성질이 스스로 변해서 다음번에는 신호가 훨씬 더 쉽고 빠르게 통과할 수 있게 길을 넓힌다. 반대로 오랫동안 쓰지 않는 길은 스스로 좁혀서 지워버린다. 프로그램이 명령하지 않아도, 반도체 가루들이 스스로 경험을 쌓으며 똑똑해지는 하드웨어인 셈이다.▶ '알쓸신기' 토크 어바웃 - 2026년 현재, 우리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인간의 뇌산업적 관점에서 뉴로모픽 반도체는 전 세계 모든 기술 기업들이 먼 미래를 보고 달리는 최종 목적지다. 지금까지는 반도체를 무조건 작고 촘촘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인간의 뇌를 얼마나 똑같이 복사하느냐로 경쟁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2026년 현재, 전 세계 연구소에서는 0과 1밖에 모르던 차가운 반도체에 인간 뇌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을 불어넣는 연구가 한창이다. 기억의 크기를 아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들이 발견되면서, 머지않은 미래에는 대형 서버실 전체를 채우던 인공지능 시스템을 조그만 장난감 로봇이나 내 스마트폰 안에 칩 하나로 쏙 집어넣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인터넷 연결이 끊겨도 내 스마트폰이 나를 알아보고,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해서 대답해 주는 진짜 영화 같은 인공지능 시대는 결국 이 뉴로모픽 반도체가 완성할 것이다. 인간의 머릿속을 닮아가는 반도체 공학자들의 위대한 모방은 오늘도 지구의 전기를 아끼고 인류의 삶을 더 똑똑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되고 있다.알쓸신기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박한 기술 사전 [사진=생성형 AI 활용]▶ 알쓸신기 키워드 번역기·뉴로모픽 반도체: 인간의 뇌 구조를 그대로 본떠서 만든 미래형 반도체 칩이다. 계산과 기억을 한곳에서 처리해 전기를 엄청나게 아낄 수 있다.·뇌세포와 통로: 우리 머릿속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전기 소자들이다. 자주 쓰면 통로가 넓어지고 안 쓰면 좁아지는 성질이 있다.·이벤트 구동: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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