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1000조 투자 반도체 수도권 벨트’ 흔들리나 [반도체 ...

한국,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 부상 지방 투자론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변수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사진 연합뉴스][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SK)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장악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삼성과 SK는 1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투자 규모를 발표하는 등 ‘용인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예고했다. 반도체 업황 훈풍 속에 정부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첫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도 이와 같은 일환이다. 여기에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벨트’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세대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 아래 반도체 네트워크 확장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치적 논리에 따른 ‘반도체 벨트 재편’에 대한 신중론도 고개 들고 있다. 600조 투자 SK, ‘수요 폭증’에 준공 속도 SK는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벨트를 조성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9년 공표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팹(Fab·반도체 제조공장) 4기 조성 등에 총 120조원 투입을 밝힌 바 있다. SK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총 126만평 부지에 조성하기로 했던 일반산업단지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 용적률이 350%에서 490%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면서 4기 팹을 2복층에서 3복층으로 짓기로 한 데다 원자재·인건비 증가 등으로 투자금이 120조원에서 600조원까지 불어났다. ‘용인 클러스터’ 조성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47년까지 팹 4기 준공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러다 AI 인프라 확장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공사 일정을 당기고 있는 흐름이다. 넘치는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설비 증대에 속도를 내는 등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행보다. 최 회장은 6월 초 대만의 ‘컴퓨텍스 2026’ 행사장에서 “향후 5년 안에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조달하겠다”며 공급 확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기존 2047년까지 준공하기로 했던 클러스터 조성 일정을 앞당겨 메모리 주도권을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당초 2027년 5월 준공 계획이었던 1기 팹 일정도 3개월가량 앞당기겠다며 속도를 내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근 최태원 회장의 발언을 정리하면 1기 팹의 준공 일정을 비롯해 ‘용인 클러스터’ 전체 공사 일정도 2047년에서 2030년대 중후반까지 당겨지고 있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팹을 운영하는 SK는 ‘용인 클러스터’까지 더해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벨트 구상을 마무리한 상황이다. 메모리 공장이 있는 수도권 부근에 전공정(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과정)과 후공정(패키징) 공장이 대거 포진돼 경제성과 운영 효율성에 중점을 둔 벨트 구성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호남권 반도체 벨트’를 추진하는 등 지방 투자를 통한 신규 생산 거점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이미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운 SK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투자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금이 투입되는 반도체 공장 증설의 경우 보통 장기적인 계획 아래 진행한다. 인수합병 과정처럼 각종 제안서를 받은 뒤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검토 및 결정하는 구조라 기존 구상을 바꾸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연합뉴스]첫 반도체 국가산단 삼성, 팹 6기 조성 360조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 이동·남사읍 일대에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곳이다. 국가가 지정한 사실상 첫 반도체 국가산단이기도 하다. 728만㎡ 부지에 팹 6기와 발전소 3기, 60개 이상 소부장 협력기업으로 구성된 국가 전략 사업으로 총 360조원이 투입된다. 현재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 팹 1기 가동에 맞춰 도로·용수·전력 등의 인프라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기존 기흥·평택 캠퍼스에 용인 클러스터를 더해 ‘수도권 남부 반도체 벨트’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수도권 남부에 연구·생산 시설을 집중 배치해 경쟁력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주도의 ‘호남권 반도체 벨트’ 구상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반도체 투자 논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산단 ‘용인 클러스터’가 착공도 되기 전에 대규모 신규 투자와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기존에 심사숙고 끝에 결정됐던 국가정책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이상일 용인시장은 6월 23일 국무총리실 사회대개혁위원회의 ‘국가 반도체 산단 정책 공론화 필요성’ 제기와 관련해 “국책사업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흔들려는 의도라면 용인시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 결정은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게 상식이다. 공론화를 내세워 반도체 투자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용인 국가산단 지정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에 신규 투자 결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부터 지정까지 통상 4년이 소요된다. 여기에 토지 보상 등의 사전 정지 작업까지 맞물리기에 실제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5~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존에 발표됐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계획대로 가야 한다. 부지 확보와 토지 보상, 건립 허가 등의 절차를 밟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만약 신규 투자가 진행된다면 기존 프로젝트가 모두 끝난 뒤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불붙은 지방 투자론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건 정부와 기업 모두가 바라는 시나리오도 아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도 지방 투자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전공정까지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용인 메가클러스터 추진 정책을 흔들고 산업 경쟁력을 저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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