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였는데"…LG생활건강의 추락

[비즈니스포커스]대표 바꾸고 사업 정리해도 ‘비실비실’LG생활건강이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말 로레알코리아 출신으로 대표를 교체하고 올해는 일부 사업의 매각도 검토 중이다. 이유는 단 하나. 사업 환경이 급변했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3% 빠진 1078억원에 그쳤다.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2019년 1분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주가는 23만4500원(6월 10일 종가)에 그친다. 30만원대에 거래된 1년 전보다 10만원 가까이 빠졌다. LG생활건강은 마진율 높은 화장품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 “아모레는 양반이네” 안타까운 LG생건LG생활건강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다. 자회사인 해태htb(옛 해태음료)가 그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태htb는 갈아만든 배, 코코팜, 구론산, 봉봉 등을 보유한 회사다. 2011년 신사업 확보를 위해 당시 국내 3위 음료업체인 해태htb를 인수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매수자에게 티저레터를 발송해 해태htb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규모는 3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지난해 2500억원대의 몸값이 알려졌을 당시 식음료 업계에서는 시장 눈높이와 맞지 않는 금액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LG생활건강이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해태htb는 수익성도 안 좋다. 2025년 기준 매출 3741억원, 영업손실 10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240억원이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2024년 5억원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은 4140억원에서 3000억원대로 줄었다. 이번 결정은 내수 경기 부진과 건강 트렌드의 변화로 음료 소비가 둔화하고 있으며 LG생활건강의 주력 사업도 아닌 만큼 음료 사업부문을 우선 축소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 측은 “음료 자회사와 관련해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사업 가운데 ‘알짜’로 꼽히는 코카콜라음료 매각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LG생활건강 식음료 사업부문의 핵심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4분기 코카콜라음료가 포함된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문은 처음으로 99억원의 적자를 냈다. 코카콜라를 인수한 지 20년 만의 첫 적자다. 다만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다. 해태htb와 같이 매각설이 제기됐을 지난해 말에도 회사 측은 “코카콜라음료 매각 관련 사항은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 나아질 가능성은… 비핵심 사업부 축소의 가장 큰 이유는 현금 확보다. 현재는 재원이 부족하다. 2026년 1분기 말 기준 LG생활건강 별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59억원이다. 지난해 K뷰티 글로벌 인지도가 크게 개선되면서 인기 있는 인디 브랜드들의 몸값이 4000억~5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5000억원 이상 금액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이 보유한 금액으로는 인수할 브랜드가 마땅치 않은 셈이다. 2000억~3000억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선택지도 넓어진다. 현금 부족 문제는 토리든 인수설과도 연결된다. LG생활건강은 차세대 브랜드로 토리든 인수를 검토해왔지만 몸값이 5000억원대로 추산되는 탓에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동시에 핵심 사업부문에 더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LG생활건강의 대표 사업은 ‘화장품’이다. 후·숨·오휘·빌리프 등이 대표 브랜드다. 이들 브랜드는 럭셔리·프리미엄 화장품으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게 특징이다. 마진율이 좋아 회사의 캐시카우로 꼽히지만 젊은층 인지도가 떨어지며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든 브랜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화장품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2021년 55%에서 지난해 37%까지 축소됐다. 생활용품(35%)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진이 높은 화장품 매출 비중이 줄어들면 영업이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생활용품 브랜드 닥터그루트가 북미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세 자릿수 성장하고 코스트코·세포라 등 오프라인 채널에도 입점하며 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화장품 사업부문에서 크게 주목할 브랜드는 눈에 띄지 않는다. LG생활건강이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가장 빠른 방법은 M&A다. 화장품 부문에서 마지막 인수는 2023년 9월 약 425억원을 투자한 색조 브랜드 힌스(지분 75% 확보)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끄는 이선주 사장 역시 화장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화장품 업계에서 30년간 몸담으면서 ‘키엘’,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 다양한 브랜드를 키워낸 마케팅 전문가다. 이 사장은 전문성을 살려 화장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LG생활건강은 올해 초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을 예고했다. 이 사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 된 시대”라며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은 상반기까지 면세 물량 조절이 지속되고 글로벌 마케팅 확대 영향으로 매출 역성장이 전망된다”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부재 가격 인상 영향으로 수익성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추세를 예단하기 이르다. 중국 채널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손익 전망이 결정된다”며 “실적 가시성이 회복되기까지 모멘텀은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점차 개선될 수 있다. 오린아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면세 의존도가 완화되고 북미 퍼스널케어 성장이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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