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데드라인'인데…"네 탓"만 오가는 홈플러스 사태

[주간유통]사흘 남은 홈플러스 사태메리츠 "김병주 회장이 보증해야"MBK "책임 전가 중단…2000억 지원해야"그래픽=비즈워치[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네 탓이오어느새 1년을 훌쩍 넘긴 '홈플러스 사태'가 최종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지난 23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채권단과 주주 등에 오는 30일까지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기한 내에 구체적인 의견 제출이 없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보고 처리'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회생 계획을 인가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모든 관계자가 한 마음이 돼서 준비를 해도 아슬아슬한 상황이지만, 홈플러스를 사이에 둔 관계자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은가 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를 비방하며 "네가 책임져"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 뒤에는 물론 '네가 책임지지 않아서 홈플러스가 망하면 그건 네 탓'이라는 논리가 담겨 있죠.최근까지도 양 측은 서로를 향한 메시지를 수차례 날렸습니다. 지난주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1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PI)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조건이 붙었습니다.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보증을 하라는 겁니다. 보증이 확인되는 즉시 대출을 실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그래픽=비즈워치홈플러스는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우선 홈플러스가 메리츠에 요구한 DPI는 2000억원이었는데요. 1000억원만 지원하겠다는 건 사실상 청산을 염두에 둔 것이란 입장입니다.홈플러스가 파산하면 메리츠는 50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엔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가 파산할 경우, 20%의 고리이율을 적용한 연체이자 등을 합한 총 1조5600억원을 회수하게 된다"고 계산하기도 했죠.메리츠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메리츠금융은 이튿날인 24일 입장문을 내고 "플러스 회생의 책임은 정부도, 메리츠도 아닌 MBK와 김병주 회장에게 있다"며 "14조원 자산가인 김 회장과 50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MBK가 왜 1000억원 보증을 하지 못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전에도 메리츠는 MBK의 4개 펀드가 10년간 4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주주가 실질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죠. 그러자 MBK는 곧바로 "핵심은 개인 재산이나 운용자산 규모가 아니라 홈플러스 회생에 필요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확보 여부"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홈플러스의 주인은2000년대 초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빚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빚을 진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약자이게 마련이지만, 카이사르는 오히려 채무자임에도 채권자에게 큰 소리를 쳤다는 겁니다. 적은 빚을 지면 채무자가 약자지만, 빚이 늘어나면 오히려 돈을 회수하지 못하면 안 되는 채권자가 약자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지금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의 '말싸움'을 보면 카이사르가 떠오릅니다. 홈플러스는 MBK가 대주주인 MBK의 회사입니다. 홈플러스를 파산에서 구해내야 할 책임도 MBK에 있죠. 하지만 MBK의 태도와 발언은 마치 큰 빚을 진 카이사르와 비슷하게 당당합니다. 홈플러스 강서점 내부 전경/사진=정혜인 기자 hij@MBK는 24일 입장문에서 "MBK파트너스와 주요 경영진은 이미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고 있으며,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할 경우 그 중 1000억원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이미 수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홈플러스가 내야 할 이자를 "대신 납부하고 있다"는 표현도 썼죠.왜 메리츠에 요구하는 2000억원 전체가 아닌 "그 중 1000억원에 대해서"만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건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4000억원 지원 역시 선의에 의한 지원이 아닌, 대주주가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MBK는 "아직 매각되지 않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평가가치를 현금화된 수익처럼 계산하는 것은 회계적 실질은 물론 사모펀드 업계 규칙과도 맞지 않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메리츠를 향해 "홈플러스 청산 시 약 5000억원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혜자"라는 주장을 펼칩니다.그래픽=비즈워치지난주 홈플러스 전단채피해대책위원회가 내놓은 입장문은 의미심장합니다. 대책위는 "지금 물어야 할 것은 메리츠가 얼마를 빌려줄 것인가가 아니라 MBK는 무엇을 책임질 것인가"라며 "보증은 1000억원만 서겠다면서 돈은 2000억원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으로 사태를 악화시켜 놓고 채권자에게 더 큰 부담을 떠넘기는 배째라식 압박에 가깝다"고 비판했습니다.마지노선까지 사흘 남은 시점에서 결국 메리츠가 홈플러스의 위기를 두고보지 못하고 2000억을 꺼내들 지, 자산이 14조원이라는 김병주 회장이 사재를 헐어 내놓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양 측이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홈플러스의 청산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도 있습니다. MBK의 '입장문'에서 부정할 수 없었던 한 마디로 마무리해 봅니다. "홈플러스가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또 다른 입장문이나 공허한 공방이 아닙니다. 200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입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