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조 용인 산단 삽도 못떴는데… “반도체팹 여기저기 쪼갠다니”
■삼성이 팹 6기 건설 추진… 국가산업단지 조성될 용인 가보니토지보상문제 등 아직 첩첩산중3년 넘도록 인허가·행정절차 늪주민 “정치권, 산업경쟁력 무시기업들 등 떠밀어 인위적 분산”삼전닉스 호남행 우려 목소리도아직 ‘허허벌판’삼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인 경기 용인시 이동읍 시미리 부지에 24일 경작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백동현 기자용인=김호준 기자, 노유정 기자“정부가 발표한 대로 삼성 반도체 공장이 제때 들어설지조차 걱정됩니다.”24일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설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일대. 약 777만㎡ 부지에 360조 원을 투입해 반도체 공장 6개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될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했다. 지난 2023년 3월 정부는 이곳을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주민 토지보상과 환경영향평가 등 규제에 가로막혀 여전히 서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통합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토지 보상 문제가 한두 달씩 계속 밀려 사업 진행 우려가 큰데, 호남 등 이쪽저쪽에서 반도체 공장을 한다고 하니, 정말 계획대로 여기에 공장이 들어설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경기 용인시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3년 넘게 인허가와 행정 절차의 늪에 빠져 있는 와중에 정부와 정치권 주도로 호남권에 수백조 원 규모 신규 반도체 공장 투자가 검토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논리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분산할 경우 국가 경쟁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이날 재계에 따르면 이달 말 공개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호남권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는 최대 수백조 원까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할 예정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지난 19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들은 호남권 반도체 투자가 정치 논리에 밀려 철저한 사업성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경기 이천·용인·평택, 충북 청주 등 수도권과 중부권에 촘촘히 모여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경우 유기적인 공급망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소재·부품·장비 등 생태계와 물류 인프라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호남 반도체 공장은 기존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계획과 상충된다”며 “기업들의 투자 재원은 한정적인데, 현지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너무 성급하게 대규모 투자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고 했다.반도체 공장의 혈액 격인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도 문제다. 호남권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지만,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기 때문에 반도체 공장의 직접 전력 공급원으로는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지역 투자를 고려할 때 수년간 사업성 검토와 철저한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 대만 TSMC는 남부로 거점을 확대할 때 정부로부터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법적·행정적으로 구속력 있는 확약서를 통보받은 후에야 착공에 돌입했다. 미국 인텔도 독일에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정부로부터 99억 유로(약 17조 원) 규모의 파격적인 보조금을 약속받았지만, 경영환경 악화에 눈치를 보지 않고 착공을 2년간 전면 보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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